코스피 급락 여파로 국내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한 달 새 1000조원 넘게 증발했다. 정부가 시장 안정화 대책 마련에 착수하면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같은 정책 수단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인위적인 부양책은 실효성이 낮고 시장 왜곡 우려가 커 저평가 기업 관리와 지배구조 개선 같은 제도적 보완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반도체·조선 부진에 10대 그룹 시총 급감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국내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3371조4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4472조5308억원)과 비교하면 1101조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18.8% 급락하면서 이들 그룹 시총도 일제히 감소한 것이다.
◆솔리다임 상장 철회로 반등할까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시장 직접 개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주주 존중 문화, 지배경영권 남용이 남은 과제”(19일)라고 꼽은 만큼 향후 대책은 저평가 기업 관리와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거래소는 다음달 2일부터 3년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하위권에 머문 상장사 최대 220곳을 지정해 표기하는 ‘저PBR 기업 공표 제도’를 시행한다. 인수 제안 공시를 의무화하는 ‘한국형 베어허그’제도와 자회사 중복상장 규제 강화 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수급 기반 확충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형 퇴직연금이나 100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등이 시장 수급을 뒷받침할 기반을 만들고 대주주의 인위적인 주가 누르기 같은 관행을 개선하는 조치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이탈한 외국인 자금을 되돌리려면 대기업뿐 아니라 AI·양자컴퓨터·조선·화학 등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투자를 늘려 시장 기초체력을 키우는 장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중단을 결정한 점도 주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3일 SK하이닉스가 자본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시하자, 장 초반 4% 넘게 빠졌던 주가는 4.42% 급등해 거래를 마쳤다.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해소된 결과다.
한편 증시 반등을 노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이달 1∼23일 SK하이닉스·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에 대한 개인의 매매(3154억원)는 지난 7월 규제 강화 이후 3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