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킹’ 도로 경찰로… 수사권 혼선 현실화?

중수청 “警 수사 상당 부분 진척”
이첩 안 받고 수사 ‘불개시’ 통보
관할조정협의회도 2027년 2월 시행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경찰로부터 통보받은 금융기관 인공지능(AI) 해킹 사건을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수사기관 난립에 따른 ‘사건 핑퐁’과 ‘수사 지연’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본청 모습. 뉴시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중수청은 23일 해킹 사건의 내용과 수사 경과를 확인한 결과 “경찰에 수사 불개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중수청은 “경찰이 개청 이전부터 수사에 착수한 사안으로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해외 유관 기관과 국제 공조도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은 경찰이 지난 5일 정식 수사에 착수한 뒤 접속기록(로그)을 확보해 분석하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공조를 요청하는 등 이미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중수청이 당장 대형 사건 수사에 착수할 인력과 장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1일 관련 혐의가 중수청법상 ‘중대 사이버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중수청에 사건을 통보했다.

경찰은 해킹 피해를 본 금융기관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금융위 유권해석 등을 이유로 중수청 통보 대상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중수청법은 경찰이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중수청에 즉시 통보하고 중수청이 요구한 경우 사건을 이첩하도록 하고 있다. 중수청은 사건의 중대성, 수사의 진행 정도와 수사 기간, 공정성 논란 여부, 공소시효 만료의 임박 여부를 따져 통보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같은 관할 중첩 문제는 이미 중수청 출범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이 때문에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 간 이견을 조율하는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를 내년 2월5일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2021년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여전히 관할 논란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