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했다” 워치 반납… 40대女 결국 참변

끊이지 않는 관계성 범죄

2025년 스토킹 혐의 없음 불송치
말다툼 신고도 현장서 종결돼
전 애인 40대 공항서 긴급체포

4년간 살인·미수 워치신고 9건
警 “착용·작동 여부 매주 점검”

스토킹 신고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됐고, 뒤이은 말다툼 관련 112 신고는 현장에서 종결됐다. 지난해 두 차례 신고 이력이 있던 40대 여성이 옛 연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스토킹 살해’라는 표현에 선을 그었지만, 당시 위험도 판단과 피해자 보호조치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40대 여성 B씨를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25일 오전 7시40분쯤 강원 강릉에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는 범행 뒤 택시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가 출국을 시도했다가 경찰의 출국 금지 조치에 강릉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전날 대전 중구의 한 공동주택에서 자택을 찾은 가족에게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오후 1시55분쯤 신고를 받고 A씨를 추적해 약 17시간45분 만에 그를 붙잡았다.



경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0월10일 A씨의 전화와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연락과 관련해 스토킹 신고를 했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사건을 접수하고 A씨에게 B씨에 대한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긴급 응급조치 1·2호를 결정했다. B씨에게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 시스템 등록과 주거지·직장 맞춤형 순찰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B씨는 지난해 11월3일 경찰서를 찾아 A씨와 원만히 화해했고 A씨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서 스마트워치를 반납했다. 경찰은 같은 달 25일 지속적·반복적인 스토킹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27일 두 사람 간 말다툼 관련 112 신고가 다시 접수됐다. 경찰 자료상 ‘위험 방지’로 분류된 신고다. 당시 B씨는 사소한 말다툼 중 112 신고가 눌렸다고 설명한 것으로 기록됐다. 경찰은 피해 상황과 특이점이 확인되지 않아 계도 후 현장 종결했다고 밝혔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언론에 “스토킹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송치됐고, 그 이후 스토킹 신고는 없었다”며 ‘전 연인 살해’로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과거 불송치 여부와 이번 범행의 연관성은 구분해 규명할 사안이다. B씨의 두 번째 신고 당시 기존 신고 이력을 반영해 위험도를 재평가했는지, 스마트워치 반납 뒤 다른 보호조치는 유지됐는지도 확인할 부분이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이다.

범죄 피해자 보호 수단인 스마트워치의 실효성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스마트워치 지급 대상과 관련한 살인 및 살인미수 27건 중 스마트워치 긴급 버튼으로 신고한 사례는 9건(33.3%)이었다. 지난해엔 9건 중 1건만 긴급 버튼으로 신고가 이뤄졌다.

갑작스러운 범행으로 스마트워치 버튼을 누를 틈이 없거나 기기 방전 등으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전 사건은 피해자가 기기를 반납한 상태여서 범행 당시 지급·착용 중이던 사례와는 구분된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착용·작동 여부를 매주 점검하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