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증 실종, 쇼츠에 묻힌 민생… 2년 연속 ‘F학점 국감’

국감 NGO모니터단 혹평

피감기관 853곳 역대 최대 채택
245곳 기관장 질문 하나 안 받아
일반증인·참고인들, 들러리 신세
위원장 마이크 독점 관행도 여전
여야 막론 쇼츠 생산 사실상 독려
고성·막말… 감사 정지·지연 13건
보도도 ‘曺·秋’ 집중, 민생엔 소홀
전문가 “상시 감사 등 대안 필요”

역대 최다인 853개 기관을 감사 대상으로 채택한 올해 국정감사에서 영상회의록이 확인된 피감기관 3곳 중 1곳은 질문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진 2026년 국정감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낙제점인 ‘F학점’이라는 잠정 평가를 받았다. 정책 검증이 실종된 빈자리는 여야의 고성과 막말, 자극적인 ‘쇼츠’(짧은 영상) 경쟁이 채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주 법제사법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등 6곳의 종합감사와 운영위를 비롯한 3곳의 겸임 상임위 국감 일정이 남긴 했지만, 끝까지 ‘정쟁 국감’ 오명을 벗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주 국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 문제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 등을 놓고 여야 간 재격돌이 예고돼 있어서다.

국감 첫날인 지난 6일 국회 본청 상임위원회 회의실 앞 공간에서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감사 준비로 분주한 모습. 남정탁 기자

◆기관장 ‘병풍’, 위원장 ‘마이크 독점’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25일 발표한 간이평가에 따르면 올해 국감 피감기관 853곳 중 영상회의록이 있는 775곳을 분석한 결과, 245곳(31.6%)은 기관장이 단 한 차례도 질문을 받지 못했다. 의원 1명에게서만 질문받은 118곳까지 더하면 363곳(46.8%)이 질의를 받지 못하거나 특정 의원에게만 질문받은 셈이다. 특히 국방위원회는 소관기관 70곳 중 52곳(74.3%)이 질문을 받지 못했다.

모니터단은 피감기관 절반 가까이가 사실상 감사를 받지 못한 ‘감사 포기’와 지난해 국감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상임위가 5곳에 달하는 ‘유명무실’을 F학점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피감기관은 늘었지만 상임위들은 자료 준비를 이유로 주 2∼3일씩 감사를 열지 않고 21차례 현장시찰을 진행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기관장뿐 아니라 일반증인·참고인도 들러리 신분을 면치 못했다. 국감장에 출석한 210명 중 22명은 한마디도 못한 채 돌아갔고, 답변한 188명 중 68.6%(129명)는 의원 단 1명에게만 질문을 받았다. 모니터단은 일반증인이 위원회 차원의 검증 대상보다 개별 의원의 질의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감의 진행과 중재를 담당해야 할 위원장의 마이크 독점 관행은 여전했다. 회의록이 있는 122회 감사 중 69회(56.6%)에서 위원장의 발언·질의 시간이 위원 1인 평균을 앞질렀다. 위원 평균의 3배를 넘긴 감사 10회 중 7회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였다.

◆막말 ‘쇼츠’에 파묻힌 민생

정책 검증보다 여야의 정쟁이 부각된 올해 국감에서 감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사례가 13건 확인됐다.

국감 첫날인 지난 6일 법사위 국감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의 선서 거부와 여야 의원 간 고성으로 정쟁이 본격화했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부엉이바위’ 발언으로 발언권이 정지됐고, 서영교 법사위원장과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서로를 “조직폭력배”, “여자 깡패”라고 부르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은 재정 빨대” 발언과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옹호 발언이 논란이 됐다.

각 정당도 의원들의 쇼츠 홍보를 사실상 독려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보좌진에 “15초 분량의 쇼츠 영상을 제출해달라”고 공지했고, 민주당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자당 의원들의 국감 활약상을 쇼츠로 연달아 게시했다.

모니터단이 10월 6∼19일 국내 10대 종합일간지의 국감 보도 1080건을 분석한 결과 ‘조희대 국감·탄핵’(194건), ‘추미애 발언’(104건)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부동산·전월세·서울시 국감’(90건)은 4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코스피 급락’(35건)은 14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도 정치력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무기력한 국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야당은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많은 이슈가 있음에도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고, 여당도 갑갑한 내분 사태에 가려져 민생·정책 측면에서 보여준 게 없다”고 꼬집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들이 1년에 한 번 몰아서 쇼츠 뽑기 위한 것에 치중하는 지금의 국감 형태는 이제 별다른 의미가 없어진 만큼 상시감사 등 다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국감의 최대 화약고는 26일 법사위 종합감사와 29일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관련 국감이다. 법사위에서는 대법관 후보 재제청을 거부한 조 대법원장 거취와 사법개혁을 놓고 여야가 다시 맞붙을 예정이다. 운영위에서는 김 실장, 강훈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전 정책실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 불발 문제와 함께 성남·경기라인 인사 개입 의혹을 놓고 난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여야는 국감 직후인 30일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일정에 들어간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비롯한 확장재정 기조를 놓고 여야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