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24일 전격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항미원조기념탑 헌화와 자동차 공장 시찰 등 빼곡한 ‘당일치기’ 일정을 소화했다. 북한 최고지도자 방중 사상 처음으로 승용차를 타고 강을 건넌 파격적인 육로 방중이 단행되면서, 국경 도시 단둥 일대는 수일 전부터 시작된 삼엄한 철통 경비와 도로 전면 통제로 긴장감에 휩싸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은 과거 조중우의교를 건너던 전용 열차 대신 자신의 전용 승용차를 이용해 최근 정식 개통된 신압록강대교를 건넜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으로 이어지는 북한 최고지도자 3대의 역대 방중사에서 비행기나 전용 열차가 아닌 승용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중국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고 귀국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오전 첫 행선지는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기리는 상징적 장소인 항미원조기념관이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항미원조기념관 광장에서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은 왕 주석과 함께 항미원조기녑탑으로 이동해 헌화 행사를 가졌다.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육로 이동으로 단둥 현지에서는 방문 수일 전부터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압록강변과 신압록강대교 진입로 등 핵심 요충지에서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호 및 기동 훈련이 연일 목격됐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교량 주변과 도심 곳곳에 장갑차가 배치되고 중무장한 경찰 특수부대 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등 평소와 확연히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한 외교 소식통은 “며칠 전부터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단둥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방문 하루 전부터는 경비 병력 집결 등 관련 징후가 한층 더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방문 당일 오전부터는 시내 중심가와 신압록강대교로 이어지는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이달 15일 대교 정식 개통을 맞아 정비됐던 단둥 시내 도로 양옆에는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내걸렸다.
특히 객실 창문으로 신압록강대교와 국경 진입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주변 고층 호텔들에는 최고 수준의 통제가 가해졌다. 대교 호텔들은 이날 “외국인 투숙이 전면 금지됐다”고 통보하며 기존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손님들을 내보냈다.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북 무역업자와 정보통으로 알려진 현지 소식통들에 대해서는 중국 공안 당국의 ‘밀착 감시’가 이어졌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이날 오후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현재 통화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당분간 전화를 걸지 말아달라”고 말한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