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보수 재편 셈법… 張·吳·韓 주도권 경쟁 본격화 [오세훈 ‘기사회생’]

‘여론조사 대납’ 2심 무죄

중립지대 의원, 吳 매개 세력화 땐
張·친한계 양분 당내 구도 대변화
韓 “吳, 함께 가야 될 분” 협력 시사
吳·韓·이준석 연대 가능성 재거론
‘최장수 당 대표’ 張, 당권 수성 총력

與 “무죄 자판기 재판부” 비판 속
“보선 땐 쉽지 않았을 것” 분위기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을 뒤집고 2심에서 극적으로 생환하면서 야권의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친한(친한동훈)계 사이에서 거리를 둬온 중립·구주류 인사들이 오 시장을 구심점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오 시장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장 대표와 오 시장, 한 의원을 축으로 한 보수 진영의 세력 재편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개적으로 판결을 비판하면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부담을 피하게 돼 속내가 복잡하다.

 

무죄 선고 뒤 한자리 모인 吳·金·張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민의힘에선 오 시장의 사법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장동혁 대표와 오 시장,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의 세력 재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개적으로 사법부를 비판하면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에서는 선거 부담을 덜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2026 사진기자가족 체육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오 시장(왼쪽부터), 민주당 김민석 대표, 국민의힘 장 대표. 진공동취재단

◆장·오·한 구도에 중립지대 촉각

국민의힘은 내년 8월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새 지도부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당내 주도권 경쟁은 차기 대선 구도와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의 사법적 부담이 크게 줄면서 장 대표 체제에 비판적이면서도 친한계에는 합류하지 않았던 의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 시장은 항소심 무죄 판결 직후 국민의힘 인사 가운데 정점식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소회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전후 장 대표와는 별도 소통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 당일 서울고법 앞에도 윤상현·김석기·신성범·이만희·김미애·권영진·엄태영·조은희·조정훈 의원 등 구주류와 당권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특정 계파에 묶이지 않은 오 시장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권파에서는 오 시장이 당장 당권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중동’ 행보를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한 당권파 의원은 “오 시장의 시선은 2028년 총선이 아니라 2030년 대선을 향할 텐데 일부러 장 대표와 척질 이유가 없다”며 “총선이 끝날 때까지 정중동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립지대 의원들이 오 시장을 매개로 독자적인 세력화를 시도할 경우 장 대표와 친한계가 양분하던 당내 구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동훈 의원도 25일 KBS ‘일요진단’에서 오 시장에 대해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고, 보수 진영의 승리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치고 함께 가야 될 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협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저희가 손을 놓은 적은 없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까지 포함한 이른바 ‘오·한·이 연대’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세 사람이 장 대표 체제와 차별화된 보수 쇄신·통합 메시지를 함께 낼 경우 당내 비주류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공동의 정치적 목표가 있을 때는 협력할 수 있지만 세 사람 모두 독자적인 정치적 목표가 있다”며 “주도권과 지분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도 당권 수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25일 재임 425일을 기록해 이준석 전 대표의 424일을 넘어 2020년 국민의힘 출범 이후 최장수 당 대표가 됐다. 국정감사 이후에는 선거관리위원회 특검 투표용지 공개검증 현장 방문, 예산안 기자회견, 부동산특위 재가동과 청년정책개발단 출범 등을 준비하고 있다. 장 대표 측은 “후반기에는 국민이 체감할 민생 성과를 만들어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민주, 판결 비판 속 보선 부담 덜어

민주당은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오 시장 무죄 선고를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했고,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 재판부는 ‘무죄 자판기’냐”고 비판했다. 친청(친정청래)계와 강경파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요구도 한층 거세졌다.

당내에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낮아진 데 대한 안도감도 감지된다. 김 대표는 앞서 오 시장의 시장직 상실로 보궐선거가 열릴 경우 자신의 재신임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문제 등으로 서울 민심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패배가 당대표 리더십 문제로 번질 수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을 잃었는데 내년 보궐선거가 열리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