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된 마을 우물 되살렸다…유통업계 물 지키기 경쟁

400년 가까이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 역할을 했던 우물이 다시 살아났다. 기업이 대학 연구진과 손잡고 노후 우물을 정비해 수질을 개선한 결과다. 

 

한국 코카콜라는 저수지와 숲을 복원하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에 사용할 물을 재이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환경경영이 공장 내부의 물 절약을 넘어 지역 수자원 보호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BAT코리아제조 제공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AT 사천공장은 경남 사천시 신기마을의 우물 복원사업을 완료했다. 경상국립대학교 환경공학과 임승주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우물 시설을 정비하고 수질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신기마을 우물은 약 300~400년간 주민들의 주요 식수원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상수도가 보급된 이후 이용이 줄면서 시설이 노후화했고, 수질도 나빠져 식수원으로서 기능을 잃었다. 최근에는 마을회관 앞 연못에 물을 공급하거나 긴급 소방용수로 제한적으로 활용됐다.

 

BAT 사천공장은 올해 초 복원에 착수해 시운전과 정기 수질 분석을 진행했다. 회사 측은 우물의 수질을 음용수 수준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복원된 우물은 주민들의 생활용수와 가뭄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예비 수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국제수자원관리동맹(AWS)이 제시하는 중요 물 관리 지역 보호 활동의 하나로 추진됐다. BAT 사천공장은 지난해 12월 AWS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공장 자체의 물 사용량도 줄이고 있다. 사천상공회의소에 공개된 BAT 수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사천공장은 2025년 기준 취수량을 54% 절감하고 물 재이용률 57%를 달성했다. 사천만 정기 수질 측정과 광포만 습지 환경정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임승주 경상국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신기마을 우물은 단순한 수원이 아니라 오랜 세월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역사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번 복원사업을 통해 수질을 음용 가능한 수준까지 개선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환경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코카콜라는 물 부족 지역의 수자원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함께 2017년부터 물 환원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은 제품 생산과 제조 과정에 사용한 물을 자연과 지역사회에 돌려주기 위한 활동이다. 2024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낙동강 유역에서 저수지 14곳과 도랑 2곳을 개선했다.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의 저수지를 정비하고 물길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사업 범위도 확대됐다. WWF 한국본부의 2025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2025년 광주·함안·의령 지역에서 저수지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여주에서는 2023년부터 숲 가꾸기를 추진해 345㏊ 규모의 산림을 조성하는 활동도 벌였다. 산림의 물 저장 기능을 높여 지하수원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산업용수 사용에 대응하기 위해 물 재이용 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2030년까지 용수 취수량을 2021년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4년 환경부와 경기도, 화성시, 오산시,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협약을 맺고 하수처리수를 반도체 생산용수로 재이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9년부터 하루 12만t 규모의 재이용수를 기흥·화성사업장에 공급하게 된다.

 

지역 생태계 복원에도 참여하고 있다. 전남 장흥댐 일대에서는 인공습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변 식생과 물길을 복원해 수질과 생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은 2025년 기준 국내 기흥·화성, 평택, 천안·온양과 중국 시안에서 AWS 플래티넘 인증을 확보했다. 

 

맥주 생산에 물을 사용하는 오비맥주도 생산시설 주변의 하천 보호에 나서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3월 광주공장 인근 영산강에서 임직원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하천 주변 쓰레기를 수거하고, 공장 연못 인근에 매화나무와 벚나무를 심었다.

 

같은 달 이천공장 임직원 30여 명도 복하천에서 쓰레기를 수거했다. 청주공장에서도 하천 보호 활동을 진행하는 등 전국 3개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환경정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는 공정별 물 사용량을 분석하고 설비 세척에 사용한 물을 품질 기준에 맞춰 회수·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물 사용을 줄이고 있다.

 

기업별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사업장 내부에 머물던 물 관리 활동을 주변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확인하려면 복원 이후 수질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실제 확보하거나 절감한 수자원이 어느 정도인지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