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은 후세인의 치즈케이크팩토리”…오바마 독설에 美 시끌 [美슐랭]

오바마 “백악관, 후세인의 치즈케익팩토리” 발언 일파만파
지지층은 호응… 보수층은 “엘리트주의” 반발
‘정책 비판’ 깨고 트럼프 직접 조롱 나선 오바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말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연설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연회장 건설 등을 놓고 “사담 후세인의 치즈케익팩토리”라고 조롱한 뒤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화려한 백악관 증축 공사를 비유하기 적절한 발언이라며 호응이 높은 반면, 반대편에서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조롱한 것이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시간 디트로이트 캐스기술고등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금빛 백악관, 후세인의 치즈케익팩토리 같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저녁 미시간 디트로이트 캐스기술고등학교에서 연설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관세 등으로 인해 유가와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뒤 “여러분은 이 사람이 정말 이런 문제들을 깊이 고민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여러분도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집을 개조하는데 아주 열중하고 있다. 차라리 HGTV에 나가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HGTV는 미국의 유명한 주택 개조·인테리어 전문 케이블 방송 채널이다.

 

그는 이어 “백악관보다 더 큰 연회장을 짓고 있고, 장미정원도 포장해버렸다. 완전히 덮어버렸다. 게다가 사방이 온통 금빛이다. 도대체 이 금색 장식들은 다 뭔가?”라며 “그러니까, 트럼프는 마치 사담 후세인이 치즈케익팩토리를 차린 것처럼 만들어놨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생활에 신경쓰기보다는 자신과 측근의 배를 불리고, 자신의 집(백악관)을 화려하게 꾸미는데 열중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클리블랜드 연설에서도 똑같이 “사담 후세인의 치즈케익팩토리” 농담을 던졌다.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 모두에서 이 발언 직후 관중석으로부터 환호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미국의 패밀리레스토랑 치즈케익팩토리 내부. 

치즈케익팩토리는 미국의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점으로, 중산층 미국인들에겐 화려하고 양이 푸짐한, 특별한 날 가기 좋은 대중적인 식당의 이미지가 강하다. 메뉴가 많고, 이집트풍 기둥과 금빛 장식 등 화려하면서도 다소 과장된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를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과시적인 궁전 이미지와 엮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증축·개조 공사를 조롱한 것이다.

 

이 말은 여러 진보 인플루언서들이 이를 공유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호응하면서 즉각 언론과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매체인 버즈피드는 오하이오의 진보 성향 활동가 알렉시스 보스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오바마가 오늘 작정하고 이렇게 유치하게 트럼프를 조롱해 준 게 정말 고맙다. 나한테는 이런 게 필요했다”고 올린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 영상과 ‘치즈케익팩토리’ 발언을 호응하는 글. X캡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례적인 것으로 꼽힌다. 민주당의 직전 대통령도 아닌, 임기를 10년 전에 마친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정책적 차이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폭넓은 우려를 강조해왔다. 뉴스위크는 “백악관 개조 사업에 관한 오바마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를 향한 유난히 직접적인 조롱”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이번에는 개인적 비판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보수논객, “오바마는 치즈케익팩토리 가본적 없는 사람”

 

오바마 전 대통령의 ‘조롱’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공감을 얻어 빠르게 확산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사이에선 이 발언이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 발언이 치즈케익팩토리를 자주 가는 평범한 미국인들을 조롱하는 언급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새로 건설하려는 대형 연회장 조감도를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화당 전략가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참모 출신인 CNN 보수 논객 스콧 제닝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연설 한 번에 50만 달러를 받는 사람. 몇 년째 250달러도 안 되는 저녁 식사는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 치즈케이크 팩토리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 평범한 사람들을 깔보는 데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사람. 결국 트럼프 시대가 시작되는 길을 열어준 대통령으로 영원히 기억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메긴 켈리 쇼 총괄 프로듀서인 스티브 크라카우어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이 발언이 X에서 호평받고 있지만, 사실 치즈케이크 팩토리에 별로 가본 적도 없는 연설문 작성자가 쓴 엘리트주의적 헛소리”라고 주장했다. 보수 논객 라이언 제임스 거더스키 역시 X에 “미시간의 많은 노동계층 사람들에게 치즈케익팩토리는 돈을 모아서 가야 할 만큼 좋은 식당”이라며 이 발언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삶을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선 보수논객들의 오바마 전 대통령 비판이 지나친 왜곡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작가이자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조너선 스노든은 X에 “나는 시골 촌뜨기이고 교양 없는 사람인데도 치즈케이크 팩토리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 식당 인테리어가 1970년대 카지노처럼 꾸며져 있고, 대부분 민주당 지지 성향의 도시에서 가장 번듯한 쇼핑몰 안에 들어서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것을 왜곡하지 않을 수는 없나”라며 그의 발언을 왜곡하지 말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