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52억’ 체육진흥기금으로 치킨집·화장품 창업?…지원사업 선정 기준 도마

창업 아이템 기재 146명 중 비연관 표시 32건…보육 분야 15건
보육 분야 1인당 5500만원 지원…2025·2026년 선정률 73%·72%
사업 분류·스포츠 연관성 엇갈려…심사 기준·성과 검증 과제

은퇴 체육인의 자립을 돕는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이사장 하형주)의 창업지원 사업에서 지원 대상과 선정 기준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표시된 창업 아이템에도 사업화 자금이 지원되는 만큼, 다양한 진로를 보장한다는 취지와 체육진흥기금의 목적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쟁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계원 의원실 제공. 배경은 생성형 인공지능(AI) ChatGPT를 활용해 제작한 일러스트.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와 창업지원 참여자 명단에 따르면, 2025~2026년 창업 아이템명이 기재된 참여자 146명 가운데 ‘스포츠와 연관 여부’ 항목에 비연관으로 표시된 사례는 32건으로 전체의 21.9%였다. 연도별로는 2025년 19건, 2026년 13건이다. 과정별로는 실제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보육 분야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육 분야 9건, 기존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점검하는 점검 분야가 8건이었다.

 

보육 분야의 비(非)스포츠 창업 아이템에는 배달 전문 카레·치킨 프랜차이즈와 화장품 개발·판매 사업이 포함됐다. 도배·장판 시공, 이동식 목욕·케어 플랫폼, 시간 단위 청소 중개 플랫폼을 비롯해 반려동물 위치추적기와 선박 계류 보조 장치도 명단에 올랐다. 교육 분야에서는 카페와 요식업, 전자상거래, 휴대전화·PC 수리업 등이 확인됐다. 이들 사업이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지원이 부적절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스포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창업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지원하는지는 살펴볼 대목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창업지원은 교육·보육·점검 세 분야로 운영된다. 교육 분야는 창업 기초교육과 수요 분석 등 준비 과정을 지원하며 1인당 500만원을 책정했다. 보육 분야는 비즈니스 모델링과 마케팅 등 창업보육 및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며 1인당 5500만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이미 창업한 체육인을 대상으로 사업 현황 점검과 성장 컨설팅·홍보비 등을 지원하는 점검 분야는 1인당 1300만원이다. 비연관 표시 사례 가운데 15건이 보육 분야에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지원 규모가 큰 사업화 자금의 심사 기준이 중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창업지원 예산은 2025년 20억6000만원, 2026년 32억원으로 2년간 총 52억6000만원이다. 공단 답변서에 기재된 집행액은 2025년 20억6000만원, 2026년 22억4000만원이다. 2026년 집행액은 실제 지출액이 아닌 교부액 기준으로 작성됐다.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지원금 집행 내역뿐 아니라 창업 이후 사업 유지와 성장 등 지원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후 평가도 필요하다.

 

보육 분야의 선정률은 2025년 약 73%, 2026년 72%로 집계됐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37명이 지원해 27명이 선정됐고, 2026년은 19일 기준 50명이 지원해 36명이 선정될 예정이었다. 교육 분야와 점검 분야의 경쟁률도 1.1~1.2대 1 수준이었다. 다만 선정률이 높거나 경쟁률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심사가 부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지원 규모와 경쟁률만으로 심사 적정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실제 평가 항목과 선정 결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

 

참여자 명단에서는 사업 영역 분류와 스포츠 연관성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아이템은 ‘스포츠 IT 플랫폼’이나 ‘스포츠 전문 서비스’로 분류됐지만, 별도의 ‘스포츠와 연관 여부’ 항목에는 비연관으로 표시됐다. 두 항목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사업성·신청자의 전문성·스포츠 산업과의 연계성이 심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계원 의원은 “은퇴했거나 은퇴 예정인 체육인의 생계 안정과 넓은 진로 선택의 폭을 보장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정된 체육진흥기금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초적인 창업 교육이나 컨설팅 단계는 진로 탐색의 기회를 넓히는 차원에서 유연하게 열어두되, 수천만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화 자금 지원에 있어서는 스포츠 산업 연계성이나 전문성 활용도에 명확한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