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의거 117주년 [한강로 사진관]

한강로 사진관은 세계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만드는 코너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눈으로도 보고 귀로도 듣습니다. 간혹 온몸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사진기자들은 매일매일 카메라로 세상을 봅니다. 취재현장 모든 걸 다 담을 순 없지만 의미 있는 걸 담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사심이 담긴 시선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다양한 시선의 사진들을 엮어 사진관을 꾸미겠습니다.

 

26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7주년 기념식에서 의사를 기리는 새로운 영정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7주년을 맞은 26일 서울 곳곳에서 안 의사의 독립 정신과 동양평화 사상을 되새기는 행사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는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7주년 기념식’이 열렸고, 오후에는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안 의사의 환수 유묵을 공개하는 특별전 개막행사가 열렸다.

 

26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7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6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7주년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이날 기념관 앞 동상 얼굴이 새똥으로 범벅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주관으로 열린 기념식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정세균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 이종찬 광복회장, 독립유공자 유족과 숭모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안중근의사기념관 개관 당시인 1970년 봉정된 영정 이후 56년 만에 새롭게 제작된 안 의사의 영정이 처음 공개됐다. 조덕현 화백이 제작한 새 영정은 한복을 입은 안 의사의 모습을 통해 조국 독립과 동양평화를 향한 의지를 담았다. 참석자들은 약전 봉독과 ‘의거의 이유’ 낭독, 기념공연과 만세삼창 등을 통해 안 의사의 뜻을 기렸다.

 

안중근 의사 후손 안의생 선생이 2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환수 유묵 특별전 개막행사에서 안 의사의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일제 침략의 핵심 인물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후 뤼순감옥에서 재판을 받으면서도 일본의 침략을 비판하고 조국의 완전한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주장하다 이듬해 3월26일 순국했다. 정부는 안 의사의 공적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오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특별전 ‘독대(獨對): 안중근이 남긴 여덟 글자’ 개막행사가 열렸다. 전시의 중심에는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돼 116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안 의사의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가 자리했다. ‘만국공법, 즉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뜻으로, 안 의사가 순국을 앞둔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남긴 글씨다. 강대국의 힘에 좌우돼 약소국의 주권을 지켜주지 못했던 당시 국제질서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2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환수 유묵 특별전 개막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안 의사의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를 살펴보고 있다.

유묵 왼쪽 아래에는 안 의사의 단지한 왼손 손도장이 선명하게 남아 있으며, 뒷면에는 당시 뤼순감옥 형무소장이었던 구리하라 사다키치가 유묵을 받게 된 경위도 기록돼 있다. 전시장은 뤼순감옥의 어두운 복도를 연상시키는 공간을 지나 유묵 한 점과 마주하도록 구성해 관람객들이 안 의사의 신념을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27일부터 12월27일까지 이어진다.

 

117년 전 하얼빈에서 울린 총성과 순국을 앞두고 남긴 여덟 글자. 이날 두 행사는 안 의사의 독립을 향한 결단과 그가 끝까지 꿈꿨던 평화의 의미를 오늘의 시대에 다시 되새기는 자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