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빈 필하모닉 ‘환상의 호흡’ 선사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눈길
밀도 높은 연주로 관객 기대 충족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빈 필하모닉.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는 최상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무대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투간 소키에프의 지휘로 선보인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은 밀도 높은 연주와 긴밀한 호흡으로 그 기대에 답했다.

 

빈 필하모닉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을 협연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문화사업국 제공

조성진과 빈필의 협연에서는 베토벤 음악 고유의 격정과 논리, 그 안에 깃든 서정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피아노가 홀로 말을 건네며 시작하는 이 협주곡에서 조성진은 정교한 컨트롤과 기교를 바탕으로 빈필과 긴밀한 대화를 이어갔다. 1악장부터 독주와 합주가 서로의 말을 받아 음악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갔다. 독주의 명료함을 유지하면서도 악단과 호흡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2악장에서는 빈필 현악의 단호한 도입과 조성진의 조용한 응답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현악과 피아노의 대비 속에서 조성진이 지닌 서정의 깊이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협주곡이 끝난 뒤 조성진은 쇼팽의 왈츠 두 곡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2부에서 연주한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은 1877년 빈필이 세계 초연한 작품이다. 이날도 빈필 특유의 황금빛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었다. 1악장부터 밀도 높고 중량감 있는 현악의 울림이 파도처럼 객석에 밀려왔다. 소키에프는 악기군 사이의 균형과 다이내믹을 세심하게 조율해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입체감을 더했다. 악기들이 빚어내는 조화가 훌륭했고, 금관의 여유에서는 정상급 악단의 역량을 실감했다.

4악장 피날레에서는 마침내 빈필의 소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앞선 악장들에서 쌓아온 에너지가 눈부신 해방감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음악평론가 이상권은 “소키에프는 유연한 완급 조절로 브람스 교향곡 2번의 고전적인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낭만성을 적절히 부여했다”며 “서정적인 순간을 오래 음미하면서도 종결은 단호하게 이끄는 등, 각 대목에 부여한 비중에서 지휘자가 추구한 비례미와 해석적 관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갈채에 소키에프와 악단은 세 곡의 앙코르로 화답했다.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델리리엔 왈츠(Delirien)’에 이어 같은 작곡가의 ‘요쿠스 폴카(Jocus-Polka)’,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헝가리 만세!’를 들려줬다. 풍성한 왈츠에서 빠른 폴카 두 곡으로 이어지는 앙코르는 그 자체로 작은 축제였다. 2027년 빈필 신년음악회의 지휘를 맡을 소키에프가 이끄는 무대여서, 다가올 신년음악회를 미리 만나는 듯했다. 소키에프가 빈필과 처음 호흡을 맞춘 곳도 2009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