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입양돼 자란 지휘자 민준(저스틴 민)은 생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 돌아온다. 얼마 전 남편을 잃은 춘희(김혜옥)의 고요했던 일상에는 민준과 그가 지도하는 젊은 피아니스트 성찬(박대호)을 만나면서 새로운 선율이 흐른다. 세 사람 사이에 정(情)이 깊어지지만, 춘희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여행이 다가오고 만다. 영화 ‘흐르는 여정’(감독 김진유·28일 개봉)은 요란한 갈등 없이, 선한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에게 스미는 과정을 맑고 담백하게 그린다.
한국어 장편 영화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저스틴 민(36·사진)을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유령 ‘벤’을, 영화 ‘애프터 양’의 안드로이드 ‘양’을 연기했고 두뇌 서바이벌 예능 ‘데블스 플랜’에도 출연해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다.
그는 “한국 작품을 오랫동안 찾아왔고 여러 대본을 읽었지만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는데, ‘흐르는 여정’ 대본을 읽고는 곧바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준은 독일에서 왔고 나는 미국에서 자랐다”며 “어린 시절 한국에 왔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있어 민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촬영지인 강원 강릉에서의 시간에 대해 “촬영 전 매일 아침 강릉 바닷가를 걸었다”며 “도시가 정말 아름다웠고, 그곳에서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인물들은 타인을 경계하기보다 마음을 내어주고, 의심하기보다 받아들인다. 그는 “관객이 이들을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인물로 냉소한다면 가슴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둡고 충격적인 사건이 많다 보니 인간에게 어두운 면이 많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여전히 인류의 선함을 믿는다”며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냉소적인 시선이 많아져 누군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면 ‘저 사람은 왜 친절하지?’라고 먼저 의문을 품게 된 것 같아요. 그러나 세상에는 선한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사회를 대하는 방식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은 ‘흐르는 여정’이 관객에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그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일몰을 바라보거나 바닷가를 걷고,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단순한 기쁨을 놓칠 때가 많다”며 “이 영화를 보며 관객이 우리가 지구에서 보내는 짧은 시간 동안 잠시 속도를 늦추고, 함께 편안히 쉬어가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