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이창호(51) 9단이 세계 바둑 사상 처음으로 프로 통산 2000승을 달성했다. 1986년 입단 이후 40년2개월 만이다. 통산 승률 70%를 넘긴 이창호는 메이저 세계대회 17회 우승에 이어 누구도 밟지 못한 승수의 이정표까지 세웠다.
이창호는 26일 전북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열린 2026 쏘팔코사놀 레전드리그 11라운드에서 수소도시완주 소속으로 출전해 효림의 최명훈(51) 9단을 207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꺾었다. 통산 전적은 2831전 2000승1무830패, 승률은 70.67%다.
이창호는 지난해 12월 스승 조훈현(73) 9단의 종전 최다승 기록인 1968승을 넘어섰다. 1986년 8월26일 제62회 승단대회에서 조영숙 초단을 상대로 프로 첫 승리를 거둔 그는 2000년 10월 1000승, 2010년 1월 1500승, 2021년 2월 1800승, 2024년 9월 1900승을 차례로 달성했다. 이후에도 레전드리그 등에서 꾸준히 대국하며 승수를 쌓았다.
2000승을 확정한 상대가 오랜 경쟁자인 최명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1990년대부터 각종 대국에서 맞붙어 온 동갑내기 기사다. 이날은 통산 52번째 맞대결로, 이창호가 승리하면서 상대 전적은 38승14패가 됐다.
이창호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 바둑의 역사를 새로 썼다. 1989년 제8기 KBS바둑왕전에서 만 14세1개월의 나이로 첫 타이틀을 차지했고, 1992년 제3기 동양증권배에서는 만 16세6개월에 세계 정상에 올라 최연소 세계 챔피언 기록을 세웠다. 정확한 형세 판단과 흔들림 없는 끝내기를 앞세워 세계 무대를 제패했고,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는 승부 스타일로 ‘돌부처’라는 별명을 얻었다.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은 모두 17회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창호는 동양증권배와 LG배·삼성화재배·후지쓰배·응씨배·춘란배·도요타덴소배 등 주요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05년 농심신라면배에서는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중국과 일본 기사 5명을 연파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이른바 ‘상하이 대첩’이다. 통산 우승 횟수는 142회로, 조훈현의 162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이창호는 2000승 달성 후 “역사적인 기록을 세우게 돼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기쁘다”며 “좋아하는 바둑을 계속해서 둘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문화체육부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자신의 바둑 철학을 담은 자서전 ‘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을 펴냈다. 한국기원은 다음 달 3일 오후 2시 서울 한국기원 신관 1층 라운지에서 통산 2000승 달성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