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남정훈 기자]프로야구 삼성이 플레이오프의 명운이 걸린 1차전에서 ‘텍사스 카우보이’ 크리스 페덱의 부진에 울었다.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인 페덱과 타자 친화적인 삼성라이온즈파크와의 좋지 않은 궁합이 극대화된 피칭이었다.
페덱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에서 4.2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5회도 채우지 못했는데 투구수가 94구였다.
페덱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8시즌을 뛰며 통산 땅볼/뜬공 비율이 0.87에 불과한 플라이볼 투수다. 아무리 페덱이 빅리그에서 한때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투수라고 해도 홈런이 잘 나오기로 유명한 삼성라이온즈파크와 궁합은 잘 맞을리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7월 중순 KBO리그에 입성한 페덱은 13경기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2.95로 잘 던졌다. 76.1이닝을 던져 탈삼진을 80개를 잡아 이닝당 1개가 넘는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고, 피안타율은 0.219에 WHIP도 0.96으로 훌륭했다. KBO리그에서는 땅볼/뜬공 비율이 1.1이 나오며 KBO리그에서는 구위가 먹히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한 해 농사가 좌우되는 플레이오프에서 플라이볼 투수의 모습이 다시 나오고 말았다.
이날 시작은 좋았다. 1회 KIA의 테이블 세터 박정우, 박재현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다.
그러나 김도영이 문제였다. 커브를 초구와 2구에 던져 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으나 결국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올 시즌 11도루로 발야구를 철저히 봉인한 김도영은 무대가 무대이니만큼, 카스트로 타석 때 2구째에 2루로 뛰었고 여유있게 살았다. 이후 카스트로의 우전 적시타가 나왔고, 김도영이 여유있게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허용했다.
이후 삼성의 수비도 문제였다. 우익수 김성윤이 홈으로 뛰는 김도영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던진 홈 송구가 포수 강민호의 키를 훌쩍 넘겼고, 그 사이 카스트로는 3루까지 뛰었다. 나성범의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로 KIA는 2-0으로 달아났다.
2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안정을 되찾는 듯 했던 페덱은 3회에도 박정우와 박재현은 공 3개로 범타로 처리해 2사를 잡았다.
또 김도영에게 당했다. 1B-2S에서 던진 포심이 가운데 몰렸고, 김도영은 깨끗한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등장한 카스트로는 페덱과 9구까지 가는 승부로 괴롭혔고, 9구째 몸쪽 커터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KI의 4-0 리드. 선발 네일을 감안하면 승기를 제대로 잡는 홈런포 한 방이었다.
KIA 타선은 쉬지 않았다. 4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선 한준수가 페덱의 벌칸 체인지업이 낮게 들어온 것을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또 한 번 넘겼다. 플라이볼 피처 페덱의 약점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드러난 것이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페덱은 박재현과 김도영을 처리한 뒤에 마운드를 배찬승에게 넘겼다.
KIA의 일방적인 승리로 흐르던 경기가 5회말에 변수가 생겼다. KIA 선발 네일이 5회 1사에 박승규를 상대로 던진 146km짜리 투심이 헬멧에 강타한 것.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 네일에겐 투심이 직구나 다름없었고, 심판진은 네일의 퇴장을 명령했다. 4.1이닝 동안 57구만을 던지며 최소 7회까지도 갈 수 있었던 페이스의 네일이었기에 KIA로선 더욱 아쉬운 사구였다.
갑작스런 네일의 강판에 KIA 벤치는 정해영을 올렸고, 정해영은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 강민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김영웅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도루로 2루에 있던 박승규에게 홈을 허용했다. 그러나 정해영은 이재현과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삼진으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