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네로’는 고대 로마 황제의 삶을 단순히 재현하는 작품이 아니다. 권력과 욕망, 독재와 대중의 관계를 오늘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다. 네로에게서 예술가의 모습을 발굴해 보여준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인간의 불안과 고독은 2000년 전 로마에만 머무른 주제가 아니다. 지금 시대에도 맞닿는 보편적인 질문이라는 믿음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오랫동안 공연을 제작하며 궁금했다. 우리가 만든 작품이 다른 문화권 관객에게도 같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확인하려면 그 시장에 직접 들어가야 한다. ‘네로’를 한국에서 먼저 공연한 뒤 번역할 수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영어권 관객을 염두에 뒀다. 그 언어와 문화 안에서 인물과 대사, 음악을 만드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창작진을 구성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는 팀을 만들고자 했다. 서로 다른 시각이 작품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해줬으리라 생각한다. 2022년부터 뉴욕과 런던에서 여섯 차례 워크숍과 쇼케이스를 거쳤다. 지금도 대본과 음악은 매일 바뀐다. 연출가와 작가, 작곡가가 논의한 뒤 저녁에 새 장면과 음악을 시연한다. 다음 날 배우들과 만나면 다시 수정한다. ‘네로’는 대극장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대극장에 어울린다고 처음부터 대극장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얼마나 많은 좌석을 채울지보다 관객이 누구에게 공감하는지, 어떤 장면을 덜어내야 하는지 확인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310석 극장은 장점이 많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인내와 끈기가 필요했다. 나는 제작자가 좋은 결과에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런던 트라이아웃의 목표는 성공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정확히 발견하는 것이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