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연주자들의 20년 도전…얍 판 츠베덴과 기념 무대

국내외 1400회 공연…전문 연주자로 성장한 단원들, 11월 24일 예술의전당서 베토벤 ‘합창’ 선사

연주자 전원이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창단 2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지휘자 얍 판 츠베덴과 함께 기념 무대를 꾸민다. 20년 전 음악을 배우던 청소년들은 이제 자신의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전문 연주자로 성장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오는 11월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창단 2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이 특별지휘자로 참여하며,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창단 20주년 기념음악회’ 포스터.

2006년 창단한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이 함께 음악을 배우고 무대에 서며 전문성을 쌓아온 오케스트라다. 지난 20년간 국내외에서 약 1400회 공연했고, 7개국 20개 도시의 해외 무대에 올랐다. 지금까지 만난 관객은 약 20만명에 이른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창단 기념을 넘어 발달장애 연주자들이 꾸준한 연습과 공연을 통해 전문 예술가로 성장해 온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다. 창단 당시 중·고등학생이었던 단원들 가운데 일부는 20년 동안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며 지금도 무대에 서고 있다. 음악을 배우는 데서 출발한 도전이 전문 연주자로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과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예술활동을 안정적인 일자리로 연결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하트하트재단은 2025년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전문기업 하트하트아트앤컬처를 출범시켰다. 현재 이곳에는 오케스트라 연주단원 40명과 하트하트아트그룹 미술작가 22명 등 발달장애 예술가 62명이 정규직으로 고용돼 있다. 예술적 역량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지속 가능한 직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얍 판 츠베덴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을 지휘한다. 이들의 인연은 2024년 시작됐다. 파리 패럴림픽 문화행사 특별공연을 위해 유럽 투어에 나섰던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네덜란드 파파게노 하우스에서 음악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얍 판 츠베덴 부부와 만났다. 자폐 아동과 가족을 지원하는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한 얍 판 츠베덴은 당시 하트하트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 약속이 2년 뒤 2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실현되는 셈이다.

 

이후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안두현의 지휘로 몬티의 ‘차르다시’와 오토 니콜라이의 오페라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서곡을 들려준다. 마지막 곡인 베토벤 교향곡 제9번 4악장 ‘합창’에는 소프라노 홍혜란, 메조소프라노 김효나, 테너 최원희, 바리톤 이동환과 KNUA콘서트콰이어, 노이오페라코러스가 함께한다.

 

얍 판 츠베덴은 뉴욕 필하모닉과 홍콩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지냈으며, 2024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7년에는 아내 알트예와 함께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해 자폐 아동과 가족을 위한 음악치료 및 지역사회 지원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오지철 하트하트재단 회장은 “20년 전 작은 울림에서 시작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이제 세계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성숙한 전문 예술단체로 성장했다”며 “이번 무대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음악으로 하나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진아 하트하트아트앤컬처 대표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문 연주자이자 직업인으로 성장해 온 시간”이라며 “앞으로도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을 지속 가능한 직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