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아, 전력 질주하지마!” KIA 이범호 감독이 ‘슈퍼스타’ 김도영을 자제시킨 이유는?

[대구=남정훈 기자] KIA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 전력 질주할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지난해에 햄스트링 부상만 세 차례 당해 30경기만 뛴 뒤 시즌아웃됐기 때문이다. 김도영의 건강은 KIA에 절대적이다. 김도영이 38홈런-40도루로 슈퍼스타 반열에 오르며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2024시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지난해엔 8위에 그쳤다. 건강을 되찾고 45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른 올 시즌에는 하위권 평가를 딛고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고,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3경기 만에 뚫어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 3개를 폭발시킨 김도영의 존재감 덕분이었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 대 KIA 타이거즈 1차전. 8회 초 무사 때 KIA 김도영이 2루타를 친 후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정규리그 2위 삼성과 3위 KIA의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1회 2사 뒤 첫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페덱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네 번째 볼이 된 커브가 땅바닥에 처박히며 와일드 피치가 됐다. 그러자 김도영은 걷지 않고 뛰어나갔다. 여차하면 2루를 노리려는 움직임이었다.

 

2루까지 가지 않고 1루에서 멈춘 김도영은 카스트로 타석 때 초구에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곧바로 카스트로의 우전 적시타가 터져 김도영은 홈을 밟았다. 한 점이었지만, 이 점수가 이날 경기 결과를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아웃 후 실점으로 흔들린 페덱은 나성범에게 좌익선상 적시 2루타를 맞았고, 3회에도 김도영 안타-카스트로 투런포를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김도영의 ‘발야구’로 기선을 제압한 KIA는 삼성을 5-1로 꺾고 77.1%의 확률을 잡았다. 역대 35차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27번에 달한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뒤 KIA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가 1회 볼넷을 얻었을 때 폭투에 2루까지 뛰려는 기세로 달려나가는 것을 보고 흥분해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좀 자제시키려고 했다”라면서 “3루타성 타구가 나오면 전력질주하지 말고 2루까지만 가라고 얘기했다”라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김도영은 5-1로 앞선 8회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좌완 불펜 이승민을 상대로 중견수 방면 큼지막한 타구를 쳤다. 타구가 뜨는 순간 김도영은 천천히 걸었다. 타구는 중앙 담장을 맞고 나오면서 삼성 중견수 김지찬이 공을 잡지 못했다. 그제서야 김도영은 스피드를 올려 1루를 돌았지만, 2루까지밖에 가지 못했다. 타구를 때린 순간부터 뛰었다면 김도영의 주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3루타가 가능했을 터였다.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삼성 라이온즈 대 KIA 타이거즈 1차전. 3회 초 2사 1루 때 KIA 카스트로가 홈런을 친 후 김도영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8회초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IA 김도영이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8회 상황도 전력질주를 자제하라는 방침 때문일까요?’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범호 감독은 “그건...홈런인 줄 알고 그렇게 한 것 같은데요?”라며 웃었다. 이어 “그 상황에서 무리하게 3루까지 갔으면 부상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1차전인데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하다가 부상이 나오는 것보다는 차분하게 가는 게 팀을 위해서 더 좋다”라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KIA 3루수 김도영이 8회말 삼성 선두타자 김영웅의 파울 타구를 잡아낸 후 수비 위치로 향하고 있다. 뉴스1

8회에만 홈런인 줄 착각하고 천천히 뛰었을 뿐, 이날 김도영은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1회엔 봉인되어 있던 도루를 성공시켰고, 3회에도 2사에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몇 번이나 도루 스타트를 끊었다. 카스트로가 연신 파울로 커트하는 바람에 도루가 되지 않았을 뿐. 카스트로는 몇 번이나 스타트를 끊은 김도영을 홈런포로 걸어들어오게 만들어줬다. 8회말 수비에서는 선두 타자 김영웅의 파울 플라이를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내며 공격과 주루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맹활약했다. 그야말로 공수주에서 완벽했던 김도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