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임금체불이 2회 이상 발생한 사업장이 7만 곳이 넘으나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상습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제도’ 대상은 같은 기간 600여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사업주의 체불을 방지하고 구직자에게는 체불 이력이 있는 사업주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운영하는 제도가 실제로는 사각지대가 크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5년 3년간 임금체불이 2회 이상 발생한 사업장은 7만3576곳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고용부가 명단을 공개한 ‘상습체불 사업주’는 636명이었다. 명단 공개자를 포함해 신용제재를 받은 사업주까지 범위를 넓혀도 대상이 1058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차이는 고용부의 명단 공개 대상이 높은 금액 기준과 임금체불로 유죄가 확정돼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매년 8월31일을 기준으로 이전 3년 이내 임금체불로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되고, 1년 이내 체불액이 3000만원 이상인 사업주가 공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임금체불은 원칙적으로 사업주가 나중에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합의하는 등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죄로, 여기에 고액 체불만 공개한다는 규정이 더해져 반복 체불이 확인된 사업장과 명단 공개 대상 간 간극이 발생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임금체불 신고사건의 88∼91%는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행정 종결되며, 기소되는 사건은 한 해에 5∼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복되는 체불 규모는 작지 않다. 한 해에 2번 이상 임금체불이 확정된 사업장은 2023년 2만4661곳, 2024년 2만5862곳, 지난해 2만3871곳으로 매년 2만곳을 웃돌았다. 2번 이상 임금이 밀린 사업장의 체불액도 매해 1조원을 웃돈다. 2023년 1조3271억원, 2024년 1조5686억원, 지난해 1조5876억원으로 당해 전체 임금체불액의 74∼77%를 차지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임금체불 유죄 확정 전이라도 1년간 임금을 3개월분 이상 밀렸거나 5회 이상 체불하면서 체불액이 3000만원 이상인 사업주를 신용제재 또는 공공입찰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명단공개 기간 중 다시 체불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다만 구직자가 상습체불 사업주를 피하도록 실시하는 명단 공개 제도가 실제로는 임금체불이 빈번한 사업주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 의원은 “반복 체불이 확정된 사업장이 3년간 7만여곳에 이르고 떼인 돈이 전체의 80%가 넘는데도, 제도가 상습으로 붙잡는 범위는 그에 크게 못 미친다”며 “고용부가 유죄 확정에서 체불 확정으로 기준을 옮기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준을 더 좁히고 반복 체불 사업장을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