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는 가운데, 거대한 자연 빙하에 특수 제작한 ‘담요’를 덮어 융해를 늦추는 중국 연구진의 실험 결과가 나왔다. 주변 빙하가 녹아내리는 동안 특수 덮개를 씌운 구역의 얼음 손실을 줄여 표면 높이를 10㎝ 더 보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난징대학교와 중국과학원 서북생태환경자원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쓰촨성 다구 빙하에서 친환경 방사 냉각 나노필름을 활용한 보호 실험을 진행한 결과, 덮개를 설치한 구역의 해빙량이 80% 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2년부터 매년 여름철 융해가 본격화하는 5월마다 축구장 약 24개 크기(0.17㎢)에 달하는 ‘17호 빙하’ 위에 약 1만㎡ 면적의 필름을 설치했다가,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9월 하순 전량 회수했다.
해당 필름은 햇빛을 거울처럼 강력하게 반사하고 대기와 얼음 표면 사이의 열 교환을 차단하는 방사 냉각 특수 소재로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원리가 “냉동실 안의 얼음과자를 보온 덮개로 감싸 녹지 않게 유지하는 방식과 같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덮개를 씌운 구역은 주변 얼음이 녹아내리는 동안 지난 6년간 빙하 표면 높이를 10㎝ 더 지켜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20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쓰였던 토목섬유(지오텍스타일)를 활용해 얼음 손실을 70% 줄였던 초기 실험보다 감소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보호 효과를 한층 더 높였다.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알프스 국가들 2000년대 초반부터 스키장 슬로프나 유명 관광지 빙하를 지키기 위해 특수 방수포를 덮는 방식을 널리 사용해 오고 있다. 이런 덮개는 얼음이 녹는 것을 50~70% 정도 막아주는 효과는 있었지만, 합성섬유(플라스틱 계열)가 섞여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해 알프스 수자원을 오염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실험에 투입된 나노필름 덮개는 축구장 1.4배 규모인 약 1만㎡ 면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생분해성 친환경 물질로 만들어져 미세플라스틱 등 2차 오염 우려가 없고 실험 후 회수해 재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스위스 등 유럽 알프스에서 활용하는 전통 양모 담요보다 성능과 친환경성 면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인공 덮개 방식은 빙하 해빙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좡리차오 난징대 에너지자원대학 연구원은 “담요 덮기 실험은 당장의 급격한 유실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추는 응급처치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는 전 지구적인 탄소 배출 저감과 지구 온난화 억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와 세계빙하모니터링서비스(WGMS)의 공동 조사 및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23년 동안 전 세계 21만5000여 개 빙하에서 연평균 2730억t의 얼음이 녹아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2~2023년 사이의 빙하 유실 속도는 이전 10년 대비 36%나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