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최혜진(27·롯데)은 공식 데뷔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불과 18살이던 2017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최고 권위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단독 2위에 올라 세계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또 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에서 2018년, 2020년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혜진이 이처럼 데뷔 이전에 세 차례나 준우승을 거두며 이름을 알렸지만 이때는 전혀 몰랐다. 준우승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징크스가 될 줄은. 실제 최혜진은 데뷔 첫해인 2022년 CPKC 위민스 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두더니 지난해에도 2차례나 우승 문턱에서 넘어졌다. 올해는 세 번이나 준우승을 거둬 모두 합치면 준우승만 9차례다.
2주 연속 준우승으로 고개를 숙인 최혜진이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 웨스트 코스(파72)에서 열리는 LPGA 투어 ‘아시안 스윙’ 세 번째 대회 메이뱅크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에 출전해 준우승 징크스 탈출에 재도전한다. 최혜진은 올해 톱10을 6번 기록하며 152만7975달러(약 20억원)을 벌어 시즌 상금 랭킹 16위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우승은 없다. 최혜진은 지난 6월 2인 1조 팀 대항전 다우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에 머물렀고 2주 전 뷰익 LPGA 상하이에선 다 잡은 우승 트로피를 허무하게 날렸다. 1~3라운드 선두를 달려 꿈에 그리던 데뷔 첫 승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화려하게 장식할 기회를 잡았지만 최종일 7∼8번 홀에서 통한의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인뤄닝(24·중국)에게 1타 차로 우승을 빼앗겼다. 또 지난 25일 BMW 챔피언십에서도 최혜진은 최종일 17번 홀까지 선두 요시다 유리(26·일본)를 1타 차로 압박했지만 18번 홀(파4)에서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가면서 또다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최혜진은 정교한 샷으로 승부하는 선수다. 이번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262.55야드(79위)이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73.57%(28위)다. 특히 그린 적중률 73.01%(5위)를 기록할 정도로 아이언샷이 좋다. 여기에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도 1.78개(20위)를 기록할 정도로 퍼트감도 아주 좋다. 문제는 결정적인 순간에 샷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특히 우승을 눈앞에 뒀을 때 실수가 반복된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는 강인한 ‘멘털’만 보강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만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이번 대회에 세계 4위 야마시타 미유(25·일본)와 5위 인뤄닝이 모두 출전하기 때문이다. 최혜진은 지난해 이 대회 최종일 신인이던 야마시타, 해나 그린(30·호주)과 연장 혈투 끝에 야마시타에게 우승을 내줬다. 야마시타는 통산 4승을 기록 중이며 올해만 2승을 거뒀다. 인뤄닝의 상승세는 더 무섭다. 통산 7승 중 이번 시즌 2승을 최근 2개 대회에서 연달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주 공동 2위를 차지한 유해란(25·다올금융그룹)도 출전해 시즌 3승에 도전하는 만큼 치열한 우승 다툼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