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당일치기’ 중국 방문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양국이 북·미 대화와 관련한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 지뢰폭발 사건으로 더욱 경색되어 가는 남북관계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 중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당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등장한 점을 들어 북·미 대화 논의 가능성을 묻는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의 질의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마 부부장은 미국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중국 내 대표적인 대미 외교 인사로 꼽힌다. 다만 과거 김 위원장의 방중 때와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 관련 논의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단정짓기 어렵다. 여러 가지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중국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는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국익과 자율성 측면에서 행보를 한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없는 정상외교라는 특성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주로 외교사령탑, 외교라인이 총출동했다”며 북한과 중국의 수행 인원 구성에 주목했다.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한·미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조 장관은 양국 동맹을 둘러싼 마찰음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파탄으로 간다는 건 터무니없다”고 못박았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21일 언급한 ‘한·미관계 난기류’에 대해서는 “비행기가 터뷸런스(난기류)를 통과할 때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고, 스틸 대사도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조 장관은 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대한민국은 DMZ 이남부터’ 등 일련의 발언에 대해 미국에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가 명확히 경고해야 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지난주에 스틸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서 이런 뜻을 전달한 바 있다. 다시 한번 미국 측에 (뜻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중국을 향한 단검’에 비유한 것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 충족 여부의 변동 가능성 언급 등 최근 브런슨 사령관이 보여준 일련의 언행 전반에 대해 외교부 입장을 미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여야는 최근 한·미관계를 두고 엇갈린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당은 동맹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사대외교’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차지호 의원은 “왜 우리 국민들은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우리 외교부는 그 한마디에 이렇게 휘청거려야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송석준 외통위원장은 현 상황을 조선 중기 이후 사상과 이념에 따라 갈라진 노론·소론·남인·북인의 ‘사색당파 싸움’에 비유하며 한·미동맹을 둘러싼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