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과 정부 지출에 힘입어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민간소비는 오히려 약 4년 만에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한국 경제의 총소득이 늘었지만 민생 회복은 더딘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올 연말 배당과 내년 초 대기업의 성과급 지급 등으로 경제 온기가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 1.0%에는 내수와 수출이 고루 기여했다. 민간소비가 감소했음에도 투자와 정부소비 덕분에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는 0.1%포인트였다. 내수 기여도 0.9%포인트 중 민간소비는 -0.1%포인트였고 정부 소비가 0.3%포인트, 투자가 0.7%포인트를 차지했다.
3분기 성장은 정부 지출과 반도체 수출이 이끌었다. 민간소비는 2분기보다 0.2% 감소한 반면, 정부소비는 물건비와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9%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위주로 4.1% 늘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반도체 등 연구개발, 인공지능(AI)·보안 등 소프트웨어가 늘어 2.3%, 건설투자는 0.7% 증가했다. 수출 역시 반도체, 기계 및 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2.3% 늘었고, 수입도 원유,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이 늘어 2.4% 증가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의 성장 기여율이 전년 동기 대비 60% 정도”라며 “반도체 성장 기여는 절반 정도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 물량이 점차 늘고 있으나 가격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에, 생산수량 변동분을 기준으로 하는 실질 GDP에서 반도체의 성장 기여도는 절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소비 증가 배경으로는 이연효과를 들었다. 그는 “정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상반기 예산을 아낀 측면이 있다”며 “3분기 들어 대형 건설공사,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입 같은 설비투자 등에 지출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올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1.8%에 이어 2분기에도 기저효과를 딛고 0.6%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깜짝 성장’이 이어져 연간 성장률은 3% 중반대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생산수량이 아닌 가격변동분을 반영하는 명목 GDP, 1인당 국민소득(GNI) 산출에 쓰이는 명목 국민총소득(GNI) 성장폭은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나 가능했던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3분기 민간소비는 2022년 4분기(-0.1%) 이후 약 4년 만에 -0.2% 뒷걸음질 쳤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기업 이익이 가계로 고루 퍼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 국장은 “7월부터 주식 거래량이 줄면서 금융 서비스가 감소했고 10년 만의 승용차 제조업체 전면 파업으로 완성차 인도가 지연돼 승용차 소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가지 특이 요인이 없었더라면 민간소비는 0.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3분기 특이 요인이 민간소비를 0.6%포인트 감소시킨 걸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3분기 특이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민간소비 개선세가 강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높은 가계부채 부담, 인구 고령화 같은 구조적 요인이 잠재하고 있어서다. 이 국장은 “이 같은 제약요인에도 4분기부터 민간소비가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승용차 소비가 10월 들어 상당폭 늘어난 데다 4분기 반도체 기업의 현금 배당, 내년 1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이 예정돼 있어 시차를 두고 가계 소득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