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기업들 나섰다…느린학습자 지원 확산

경계선지능인 지원 확대…아동 교육부터 청년 취업까지

기업들이 경계선지능인의 사회 진출과 자립을 돕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아동의 기초학습을 돕는 교육사업부터 청년 직무교육, 일경험, 취업 연계까지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경계선지능인은 일반적으로 지능지수(IQ)가 71~84인 사람을 가리킨다. 지적장애 진단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학습과 의사소통,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느린학습자'라고도 불린다.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복지와 고용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경계선지능 청년들을 위한 교류 활동과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회사는 2023년부터 관련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4년째다. 단순 후원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직접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임직원과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함께하는 교류 행사를 열었다. 지난 6월 상반기 행사에 이어 마련된 자리다. 참가자들은 체험형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협력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27일에는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와 함께 서울 청계광장에서 인식개선 캠페인을 개최했다.

 

2023년 처음 시작해 올해 4회째를 맞은 이번 캠페인에는 지난해보다 많은 기관이 참여했다. 청년들이 직접 디자인한 상품을 판매하고 행사 부스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도 마련됐다.

 

서울시일자리센터와 협력해 취업 연계 지원에도 나섰다. 회사발전협의회 소속 직원들은 현장에서 체험 부스 운영과 방문객 안내를 도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후원과 임직원 참여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경계선지능 아동의 학습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2023년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천천히 함께' 교육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로 4년째다. 매년 10억원 이상을 후원해 누적 지원금이 40억원을 넘어섰다.

 

이 사업은 느린학습 아동에게 읽기와 쓰기, 셈하기 등 기초학습을 일대일로 지도하고 정서 발달과 사회성 향상을 돕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퇴직 교원과 교사 자격증 소지자, 전문 교육인력 등이 멘토로 참여한다. 아동들이 또래와 함께 활동하면서 의사소통 능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그룹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유니클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약 700명의 아동이 지원을 받았다. 3차년도 사업에 참여한 아동들의 기초학습능력은 평가 결과 21%포인트 향상됐다.

 

올해부터는 기존 수도권 중심 사업을 부산으로 확대했다.

 

지난 8월에는 취약계층 초등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종합심리검사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사업도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경계선지능이 의심되거나 검사가 필요한 초등학생이다. 1인당 약 50만원 상당의 웩슬러 지능검사 등을 포함한 종합심리검사와 전문가 상담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경제적 부담으로 검사를 받지 못했던 아동들이 자신의 인지·정서적 특성을 파악하고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청년 취업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학령기부터 적절한 교육과 사회성 훈련을 제공해 이후 사회 적응을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채용 플랫폼과 인적자원(HR) 서비스 기업들도 경계선지능 청년들의 취업 지원에 나섰다.

 

잡코리아는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와 함께 '2026 청년가능성캠프 포텐셜 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시작한 이 사업은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청년들에게 맞춤형 직무교육과 실제 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참여 기업은 사무지원, 서비스, 판매지원, 물류관리, 스마트팜, 상품디자인 등 여러 직무에서 일경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에는 지원금과 멘토수당, 채용 플랫폼 서비스 이용 혜택 등을 제공해 참여 부담을 낮췄다. 청년들이 직장에서 업무를 익히고 동료들과 소통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웍스피어도 지난 4월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청년들의 직업교육과 일경험 지원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일경험 참여 기업 8곳의 인사담당자와 멘토, 동행코치 등 3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를 열었다.

 

경계선지능 청년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실제 업무 현장에서 적절한 교육과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도 함께 준비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동서발전은 경계선지능 청년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직업훈련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울산 지역 청년들이 실제 작업 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업무를 반복적으로 익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지원 물품에는 진공포장기와 소독기, 밀봉기, 작업대, 3차원 인쇄 전사기, 재단기 등이 포함됐다.

 

청년들은 이를 활용해 상품 소분과 포장, 위생관리, 인쇄 작업 등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동서발전에 따르면 지난해 직업훈련 지원에 참여한 청년 가운데 16명이 취업했다. 교육 지원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다.

 

금융 플랫폼 토스는 경계선지능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토스는 지난해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사회적기업 프리웨일과 함께 6개월간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교육에서는 신용관리와 저축, 소비계획, 금융사기 예방법 등을 다뤘다. 소그룹 활동과 일대일 상담도 병행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은 소비일기를 작성하고 자신의 지출을 점검하면서 생활 속 금융관리 방법을 익혔다.

 

토스가 공개한 성과에 따르면 참여자들의 금융 이해력 조사 점수는 교육 전 44점에서 교육 후 79점으로 높아졌다.

 

토스는 앞서 금융생활 안내서 '더 머니북' 수익금 가운데 1억원을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7000만원은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의 상담·미술치료 공간 조성에 사용됐다.

 

기업들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경계선지능 청년들의 취업과 자립을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경계선지능에 해당하는 시민이 약 12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정확한 전수조사 결과는 아니지만 지원 대상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계선지능인은 법적 장애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존 장애인 고용·복지제도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

 

개인별 학습 속도와 의사소통 특성에 맞춘 교육이 필요하지만 취업 준비 과정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경계선지능 청년의 일경험과 취업 연계를 확대하고 맞춤형 직업교육과 심리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지원의 지속성이다.

 

아동기에 시작한 교육 지원이 청소년기를 거쳐 사회 진출 준비로 이어지고, 청년기에 제공된 일경험이 실제 채용과 안정적인 직장생활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기업들이 공개하는 지원금과 참여 인원뿐 아니라 교육 이후 취업률, 근속기간 등 구체적인 성과를 확인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