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의 승리 기원 시구와 빵-커피 콤보 지원에 힘낸 삼성, 타선 폭발하며 시리즈 원점으로 돌렸다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대구=남정훈 기자] 현역 시절엔 항상 가장 마지막에 마운드에 섰던 ‘끝판대장’ 오승환이 이번엔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20년 가까이 삼성의 마운드를 지켜왔던 오승환이 시구로 친정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시구뿐만 아니라 아침엔 후배들을 위해 빵과 커피를 배달하고 조언도 아끼지 않는 오승환의 응원에 잠자던 ‘사자군단’의 타선도 폭발하며 승리를 거뒀다.

27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시작에 앞서 오승환이 시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승환은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시구자로 나서 마운드에 올랐다. 아들 서준이와 함께 오른 오승환은 옆에서 연신 투구폼을 따라하는 서준이에게 ‘멋진 투구폼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깔끔한 투구폼으로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다.

 

시구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선 오승환은 취재진을 향해 “경기에 집중하셔야 하는데 민폐가 아닌가 모르겠다”라며 웃으며 서준이와 함께 인터뷰 단상에 앉았다.

사진=뉴스1

오승환은 “항상 시구 지도만 하다가 제가 직접 시구자가 될 줄은 몰랐다. 근데 마침 시구 선배인 아들 서준이와 함께 오르니 덜 떨렸던 것 같다”라면서 “일단 공을 패대기치지 않은 것만으로 만족스럽다. 선수 때와는 다른 느낌이더라.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제 시구와 인터뷰가 선수들에게 혹여나 방해가 될까 미안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마침 삼성은 올 시즌 35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른 마무리 김재윤이 오른쪽 전거근 부상으로 인해 플레이오프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오승환은 “팬분들이 안그래도 시구를 할 게 아니라 9회에 등판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해주시기도 하더라. 근데 1차전은 타선만 좀 터지지 않았을 뿐, 불펜 투수들은 다 잘 던져줬기 때문에 저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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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은 평소 자신의 롤모델로 오승환을 거론하기도 했다. 마무리로서 경기를 매조지하고 싶은 마음을 누구보다 잘 하는 오승환이기에 김재윤의 부상이 자신의 일처럼 안타깝다. “저 역시도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죠. 세이브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구 홈에서는 조금 성적이 아쉬웠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에서 그걸 만회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김)재윤이의 부상 소식에 제가 더 안타까웠죠.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선수들과 동행하면서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며 팀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해주겠죠”

 

김재윤의 부재로 인해 삼성은 토종 에이스이자 3차전 선발이 유력한 원태인을 1,2차전에 불펜에 대기시켜 놓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1차전에서는 등판할 기회 자체가 생기지 않았고, 2차전에서는 마무리로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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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 전에 원태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오승환은 “태인이는 승부욕도 좋고 강심장인 선수다. 어떤 상황에 나가도 자기 역할을 해낼 것이다. 게다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 만회하려고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어느 상황에 나가도 잘 던질 수 있다”라고 후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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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끝으로 정든 마운드를 떠난 오승환. 삼성 구단 역사상 투수 최초의 영구결번인 만큼 친정팀을 향한 애정은 변함 없다. 선수단이 합숙하고 있는 대구 호텔의 1층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즐길 수 있도록 미리 금액을 결제하기도 했다. “오늘 오전에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카페에서 선수들에게 빵과 커피를 나눠주면서 얼굴도 봤다. 근데, 다들 얼굴도 밝고 자신감이 있어서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마운드 위가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 TV 앞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게 더 힘들고 긴장도 된다는 오승환이다. 그는 “어제 1차전은 0-4가 되는 순간 TV를 끄기도 했다. 해설도 해보고 그러다보니 야구장 전체가 더 잘 보이다보니 머릿 속에 여러 상황이 더 잘그려지기도 한다”라면서 “마운드 위에 있을 땐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했는데, 이제 지켜보는 입장이 되니까 더 떨린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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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대장’의 시구의 기운과 격려가 힘이 됐을까. 삼성 타선은 이날 폭발했다. 0-1로 뒤진 3회 2사 2루에서 박승규의 적시 2루타로 1-1 동점을 만든 뒤 구자욱의 적시타로 역전, 디아즈의 투런포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7-2로 앞선 7회엔 이날 선발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레이저 송구로 보살을 잡아내며 ‘수비 요정’의 면모를 뽐내던 최형우가 쐐기 솔로포를 터뜨렸다.

 

오승환의 말대로 승부욕 강한 원태인은 9회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탈삼진 2개 포함 깔끔하게 막아내며 삼성의 8-3 승리를 지켜냈다.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맞춘 삼성은 29일부터 광주 KIA챔피언스필드로 옮겨 플레이오프 3,4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