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3일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집토끼’에 구애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주로 자신을 지지하는 주, 또 경합주 중에서도 주로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찾아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이다.
◆‘공화 텃밭’ 텍사스만 두달 내 네번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텍사스의 항구도시 코퍼스크리스티, 서부 러벅에서 공화당 켄 팩스턴 상원의원 후보 등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민주당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가 “공산주의자”이자 “트랜스젠더를 옹호하고 텍사스의 주력 산업인 석유 시추에 반대한다”고 맹비난했다.
텍사스는 공화당 텃밭이다. 예전 같으면 선거를 1주일 앞둔 시점에 자주 찾을 곳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선 전국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 속 민주당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가 돌풍을 불러일으키면서 경합주로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팩스턴 후보 지원 유세는 텍사스 덴턴(10월 1일)과 샌안토니오(10월 7일)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지난달 9∼10일에도 텍사스 댈러스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열었다.
지난달 전당대회를 열었던 댈러스를 제외하고 덴턴과 샌안토니오가 속한 덴턴 카운티와 베어카운티는 각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선전했거나, 과거보다 민주당과의 표차를 줄인 곳으로 꼽힌다. 이날 찾은 코퍼스크리스티와 러벅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이긴 곳이다.
ABC뉴스의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월 9일 이후 27일 오후까지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주를 20차례, 경합주를 6차례 방문했다. 여기에는 텍사스주 4차례, 오하이오주 2차례, 테네시주 2차례 방문이 포함된다. 오클라호마, 켄터키, 앨라배마 등 일부 관측자들에게는 의외로 여겨질 수 있는 주들도 방문했다. 각 주 내에서도 주로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는다. 지난 22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뚜렷한 아이오와 수시티에서 연설했고, 24일에는 조지아주 페리에서, 25일에는 미시간주 포트휴런에서 연설했다. 모두 지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특히 강한 곳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이오와의 트럼프 지지자인 양돈업자 할런 그라우(70)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뒤 “우리는 그가 이미 자기편인 사람들에게 설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은 유세가 “투표소에 함께 갈 사람 10명을 더 데려오도록”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토끼’들에 호소하고 있는 것은 전국적인 지지율이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9∼13일 실시된 ABC뉴스·워싱턴포스트·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33%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인 약 10명 중 7명은 휘발유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고,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들이 모인 유세에서 자신이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해 달라며 “공화당 지지자들이 투표에 나서느냐에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없다는 이유로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는 핵심 지지층을 자신의 등장으로 투표장에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그는 이날도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 유세에서 “우리에겐 그 한 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이뤄놓은 모든 위대한 일들이 아주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선거, ‘공정하면’ 승복”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로 유세를 떠나기 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간선거 결과 수용 여부를 묻는 질의에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정하면’이라는 조건을 달아 조건부 승복 의사를 밝힌 것으로, 향후 선거 부정 및 불공정 행위를 앞세워 선거 불복 여지를 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하원뿐만 아니라 상원 탈환까지 노리는 상황에서 격전지 상원의원 선거 결과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초박빙 경합이 벌어지는 알래스카주의 연방 상원의원 선거와 관련, 민주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경우 선거 결과를 곧바로 확정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도록 법무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확한 근거 없이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대선을 비롯해미국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부정행위가 만연하다고 주장해왔고, 주(州) 정부에 권한이 있는 선거 관리에 연방 정부의 통제권을 확보하려 시도해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대통령에게 주어진 법안 거부권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시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나에게는 강력한 거부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