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갈등 속 9개월 만에 또…반복되는 구룡마을 대형화재

서울 최대 규모 판자촌이자 강남 지역 마지막 판자촌인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대형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거듭되는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재개발이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강남구 등에 따르면 구룡마을 거주민 1107가구 중 아직 떠나지 않고 거주 중인 가구는 140가구다.

 

140가구 중 전날 발생한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77가구 107명이다. 구룡마을 7지구에 거주하는 주민 1명은 다리에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재민들은 임시 대피소인 구룡 개포중학교와 인근 호텔 등에서 머물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화재 현장을 찾았고 김현기 강남구청장도 피해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강남구 직원 300여명이 소방 당국의 산불 확산 방지 활동을 지원했다.

 

이번 화재를 비롯해 구룡마을에서는 잊을만하면 큰불이 반복되고 있다. 2014년 고물상에서 시작된 불로 70대 주민이 사망했다. 2022년 3월에는 불이 인근 대모산까지 번졌다. 2023년 1월과 올해 1월에도 불이 났다. 2013년 이후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는 20건 이상이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강남 개발과 서울올림픽 개최 준비 등 이유로 기존 거주지에서 밀려난 철거민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한 소외 계층이 구룡마을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영농 비닐하우스가 주를 이뤘지만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무허가 집단 거주지로 성격이 바뀌었다.

 

1989년 양재대로가 개통되며 다른 강남 지역과 구룡마을 간 물리적 단절이 심화됐다. 개발이 지연되며 주거 환경은 악화됐고 화재나 홍수 등 자연 재해에 취약해졌다.

 

2012년 8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재개발 방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청 간 의견 차가 컸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신연희 당시 강남구청장이 개발 방식을 놓고 대립하면서 3년여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4년 11월에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서울시가 한발 물러서면서 재개발이 다시 추진됐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 재지정, 사업시행자 선정을 거쳤다. 토지주와 무허가 판자촌 거주민과의 보상 협의를 거쳐 2024년 5월 개발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와 SH는 구룡마을을 청년, 신혼부부, 노년층이 어우러지는 약 38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할 방침이다. 기존 거주민 재정착을 위한 임대 주택 1107가구를 비롯해 장기 전세, 공공 분양 등으로 구성된다. 단지 안에 녹지, 의료·연구 시설, 초등학교 1개소, 근린공원, 소공원, 주민 편의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2023년 5월부터 임시 이주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 임시 이주 신청자 대상으로 임대 보증금 전액 면제, 임대료 감면률 확대 등을 시행 중이다. 개별 이주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가구는 구룡마을 인근 행복주택(송파 헬리오시티,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등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초 올해 하반기 착공하고 2030년 입주 시작이 목표였지만 재개발과 이주를 놓고 주민들과 SH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착공 시점은 내년, 입주 시점은 2031년으로 또 늦춰졌다. 사업이 이보다 더 지연될 확률이 낮지 않다.

 

일부 주민은 SH가 제시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SH는 여러 차례 이주 대책을 제안했지만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SH는 지난 4월 미이주 주민 등 200여가구를 상대로 명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구룡마을 총통합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유모씨 등은 마을 입구에 10m 높이 망루를 세워 약 2년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토지 매입권 등을 요구하며 망루를 중심으로 농성했다. 지난달 망루가 철거돼 재개발에 속도가 붙는 듯 했지만 이번에 대형 화재가 다시 발생하고 말았다.

 

구룡마을에서 큰불이 반복되면서 투입되는 예산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2002년 구룡마을 화재예방강화지구 지정 이후 올해 1월까지 소방력 약 16만명과 3억9000만원 예산을 화재 관리에 투입했다. 구룡마을 개발 사업 시행자인 SH도 현장 관리, 방염제 도포, 소방도로 개설 등에 5억원 이상 예산을 썼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