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담배 피운 직후 혈관 기능 저하…DNA 손상 지표도 증가 [연구]

독일 연구팀, 사용 직후 혈관 확장 기능 11% 감소·수축기 혈압 3㎜Hg 상승

가열담배를 사용한 직후 혈관이 혈류 변화에 반응해 확장하는 기능이 저하되고 혈압이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참가자의 혈액에서는 DNA 손상과 관련된 지표도 증가했다. 

 

가열담배가 일반 궐련보다 유해 물질 배출량이 적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심혈관계와 신체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가열담배 사용 직후 혈관 확장 기능 11% 감소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독일 마인츠대 의료센터 레아 슈트롬 박사팀은 국제학술지 ‘유럽 예방심장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에 가열담배 사용 전후의 생리적 변화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가열담배 역시 사용 직후 혈관 기능과 혈압 등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건강한 성인 흡연자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균 연령은 34.5세였으며, 참가자들은 아이코스(IQOS) 기기로 가열담배 스틱 2개를 약 8~12분 동안 연속으로 사용했다.

 

연구팀은 가열담배 사용 전후의 혈관 기능과 혈압, 혈액 내 산소 관련 지표, 대사 지표 및 DNA 손상 지표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혈관 내피 기능을 평가하는 혈류매개확장(FMD)은 가열담배 사용 후 약 11% 감소했다. FMD는 혈류가 증가할 때 동맥이 얼마나 확장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혈관 내피 기능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혈관 내피는 혈관 안쪽을 덮고 있으며 혈관의 확장과 수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에서 FMD가 감소했다는 것은 가열담배 사용 직후 혈관이 혈류 변화에 반응해 확장하는 기능이 저하됐음을 의미한다. 혈관 기능은 심혈관 건강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만큼, 연구팀은 가열담배 사용 직후 나타난 변화에 주목했다.

 

혈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참가자들의 수축기 혈압은 가열담배 사용 전보다 평균 약 3㎜Hg 상승했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혈압 상승은 가열담배 사용 직후 나타난 단기적인 변화로, 이 결과만으로 장기적인 고혈압 위험이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혈액 산소 관련 지표 변화…DNA 손상 지표도 증가

 

혈액 내 산소 관련 지표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정맥혈 산소 포화도는 가열담배 사용 전 약 71%에서 사용 후 46%로 떨어졌다. 산화된 형태의 헤모글로빈인 메트헤모글로빈 수치도 증가했다. 헤모글로빈은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로, 메트헤모글로빈은 산소 운반 기능과 관련해 주의 깊게 살펴보는 지표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혈액의 산소 운반과 관련된 생리적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수치 변화만으로 실제 조직의 산소 공급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영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DNA 분석에서도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팀이 참가자 30명 가운데 6명의 혈액 표본을 분석한 결과, 가열담배 사용 후 DNA 가닥 손상과 관련된 지표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혈당 증가와 젖산 감소 등 대사 지표의 변화도 확인됐다.

 

DNA 손상 지표는 세포의 유전물질에 손상이 발생했는지를 살펴보는 데 활용된다.

 

다만 이번 결과는 소수 참가자의 혈액 표본을 분석해 얻은 것으로, DNA 손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또는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질병 위험을 높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열담배가 일반 궐련과 다른 방식으로 담배를 가열하더라도, 사용 직후 혈관과 혈액 관련 지표에서 변화가 관찰된 만큼 이를 심혈관계에 안전한 제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연구에서 관찰된 생리적 지표의 변화와 실제 질병 발생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가열담배가 일반 궐련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유해 물질을 줄일 수 있더라도 니코틴과 에어로졸을 체내로 전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니코틴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작용이 가열담배 사용 직후 관찰된 혈관 및 혈압 변화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일반 궐련과 직접 비교 안 해…장기 영향은 추가 연구 필요

 

논문 제1 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인 슈트롬 박사는 가열담배가 일반 궐련보다 덜 해로운 대안으로 홍보되는 경우가 많지만, 심혈관 건강과 신체 전반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독립적인 연구 근거는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가열담배가 일반 궐련보다 더 해롭거나 덜 해롭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연구팀은 가열담배 사용 전후의 변화를 분석했을 뿐 일반 궐련 사용군과 직접 비교하지 않았다. 참가자 수도 30명으로 적고, DNA 손상 관련 분석은 6명에게서만 이뤄졌다.

 

또한 연구에서 확인된 변화는 가열담배 사용 직후의 단기적인 반응이다. 혈관 기능 저하와 혈압 상승, DNA 손상 지표 변화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반복적인 사용이 장기적인 심혈관질환이나 다른 질병의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고려해 더 큰 규모의 연구와 장기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토마스 뮌첼 교수는 니코틴 함유 제품을 심장과 혈관에 안전한 제품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연소형과 비연소형을 포괄하는 니코틴 제품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가열담배 사용에 따른 생리적 변화의 지속성과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열담배가 일반 궐련과 다른 방식으로 담배를 가열하더라도, 사용 직후 혈관과 혈액 관련 지표에서 변화가 관찰된 만큼 이를 심혈관계에 안전한 제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