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바닷가 마을에는 한 사람이 뿌린 씨앗에서 시작된 동백숲이 있다. 열일곱 살에 이 마을로 시집온 현맹춘(1858∼1933) 씨가 해초를 캐고 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황무지를 사들여 한라산 동백 씨앗을 뿌린 곳이다.
늦가을부터 꽃이 오르기 시작해, 겨울 제주에서 동백을 보러 가는 길에 한 사람이 일군 숲의 내력을 따라 걸어볼 수 있다.
28일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와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위미 동백나무 군락’은 1982년 5월 8일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숲에는 동백나무 564그루가 자라고 있다.
◆ 해초 캐고 품 팔아 모은 35냥
현맹춘 씨은 17세 되던 해 위미리로 시집왔다. 해초 캐기와 품팔이로 어렵게 모은 돈 35냥으로 마을에서 ‘버득’이라 부르던 황무지를 사들였다.
이후 모진 바람을 막으려고 한라산에서 동백 씨앗을 따다 이 땅에 뿌렸고, 그 나무들이 자라 지금의 숲을 이뤘다. 관광정보는 이곳을 “황무지를 옥토로 가꾸기 위하여 정성을 쏟은 현맹춘 할머니의 얼이 깃든 곳”이라고 소개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숲을 ‘버득할망돔박숲’이라고 부른다. ‘버득 할머니의 동백숲’이라는 뜻이다.
◆ 바람막이로 심은 숲이 유산이 되기까지
숲은 1982년 5월 8일 제주도 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됐다. 국가유산 체계가 바뀐 뒤 지금은 국가유산포털에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유산’으로 올라 있다.
숲은 감귤밭과 어우러져 있다. 위미리는 감귤 산업이 주민의 주된 소득원이고, 바다의 영향을 받아 기후가 온화해 감귤과 원예 작물을 노지에서 기를 수 있다.
동백꽃은 늦가을부터 이른 봄에 걸쳐 붉게 핀다.
◆ 한라산 동백은 반쯤 피고, 송이째 진다
위미 숲을 이룬 한라산 동백은 우리 땅에 자생하는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다. 차나무과의 늘푸른 작은키나무로, 잎은 타원형에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동백나무는 키 큰 나무들 아래 그늘에서 자라도록 적응해 잎이 진한 녹색을 띠고 윤이 난다. 주로 남부지방에 자생하지만 서해 대청도와 동해 울릉도에도 자라 ‘U자형’ 분포를 보인다. 섬은 바다의 영향으로 겨울이 덜 추워 동백나무가 더 북쪽까지 자랄 수 있고, 서북단 대청도는 동백나무 북방한계지로 천연기념물에 올라 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동백동산도 동백나무가 풍부하게 자생하던 경관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한때 동백기름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기도 했다.
꽃은 붉은색으로 반쯤만 벌어진다. 국립수목원은 꽃이 활짝 벌어지면 꽃가루를 옮겨 주는 동박새가 꽃가루를 묻히지 않고 꿀만 먹고 갈 수 있어 반쯤만 핀다고 설명한다. 꽃 안쪽에는 꿀이 흐르고 꽃밥은 노랗지만, 향기는 거의 나지 않는다.
꽃은 대개 11월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이어 피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월에 절정을 이룬다. 질 때는 꽃잎이 한 장씩 흩어지지 않고 시들지 않은 꽃송이째 떨어진다. 열매는 둥글게 맺혀 10월에 검붉게 익고, 다 익으면 세 갈래로 갈라진다.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피는 애기동백(Camellia sasanqua)은 같은 동백속이지만 동백나무와 다른 종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식품농업과학연구소(UF/IFAS)는 애기동백이 가을이나 초겨울에 꽃을 피우고, 겨울과 봄에 피는 동백나무 계열보다 꽃과 잎이 작다고 설명한다. 꽃잎이 떨어져 바닥에 꽃잎 융단을 깐다는 설명도 붙였다.
◆ 숲 안까지 걸을 수 있을까
한편 숲 안쪽을 걸을 수 있는지는 가기 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지난해 1월 보도에 따르면 동백나무를 새로 심어 탐방로를 조성하느라 숲 내부를 개방하지 않아, 방문객은 돌담 밖 골목을 돌며 담 너머로 꽃을 봐야 했다.
28일 기준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에는 상시 개방·연중무휴·주차 가능으로 되어 있다.
숲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중앙로300번길에 있다. 가까운 위미항은 제주올레 5코스에 속해, 올레길을 걷다 동백나무 군락에 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