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남북 접경 지역에 집결해 한국을 겨냥하는 것처럼 꾸민 딥페이크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물은 26일부터 엑스(X·옛 트위터)와 스레드 등 소셜미디어(SNS),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NK뉴스는 해당 게시물들이 지난 25일 연합뉴스가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촬영한 북한군 자주포 사진 등 실제 언론 보도에 사용된 이미지와 영상을 바탕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자주포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약 1.5㎞ 떨어진 황해도 개풍군 해안가 접경 지역에 배치돼 있다. 사거리가 15∼24㎞ 수준인 구형 122㎜ 자주포로 추정된다.
딥페이크 영상은 자주포가 실제보다 남측에 훨씬 가까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주변 북한군 병사들의 움직임도 위협적으로 과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애기봉 전망대의 스타벅스 매장 안에서 손님들이 창밖으로 북한군 자주포를 바라보는 장면이 담겼다. 매장이 북한 자주포를 볼 수 있는 명소로 떠올랐다는 문구도 붙었다.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는 100만회를 넘었다.
NK뉴스는 이 이미지가 해당 매체 사진에 다른 이미지를 합성해 북한군 병력과 자주포가 실제보다 가깝고 많아 보이도록 만든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 속 시점은 북한 쪽 강가의 수면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카페는 강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있다. 스타벅스가 매장 내부에 이 같은 간판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조작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27일 엑스에 올라온 31초 분량의 영상에는 북한군 병사 여러 명이 자주포 주변에 모여 망원경으로 남쪽을 살피고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 역시 국내 방송사가 26일 애기봉 전망대에서 촬영한 영상을 조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본 영상과 같은 각도에서 자주포와 나무, 철책이 포착됐고, 실제 영상에도 망원경으로 남쪽을 살피는 병사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딥페이크 영상에서는 병사 수가 늘어나고 일부 병사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등 장면이 더욱 위협적으로 연출됐다.
영상은 에펨코리아와 디시인사이드, 루리웹 등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확산했다.
일부 게시물은 영상을 최근 김포에서 목격한 장면인 것처럼 소개하며 두려움을 나타냈고, 이를 공유한 다른 게시물에서는 한국이 ‘전쟁 직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를 합친 말로, 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가짜 이미지와 음성, 영상 등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접경 지역의 실제 군사 상황과 긴장감을 이용한 허위 영상이 대중의 공포를 키우고 안보 상황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실제 군사 활동을 담은 보도 영상에 허위 장면을 덧붙이면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워져 불안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 지뢰가 폭발한 이후 접경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도 주목된다.
앞서 실제 언론에 포착된 북한군 자주포 장갑에는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인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라!’라는 선전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자주포 주변에서는 북한군 병사들이 빨간 깃발을 올렸다 내리며 훈련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김여정이 ‘전술적 무력수단 배치’를 예고한 데 이어 북한군 자주포가 한국 언론의 망원 카메라에 포착될 정도로 가까운 접경 지역에 배치된 상황 자체가 무력시위의 성격을 띤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