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물 고문∙성추행’ 해병대 하사, 항소심서 집행유예 감형…이유는 “피해자 합의”

해병대 부대 내에서 상급자 지위를 악용해 후임병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강제추행 및 가혹행위를 저지른 부사관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면했다.

 

대구고법 형사2부(원호신 고법판사)는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해병대 하사 A(27)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대구지법. 연합뉴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5월부터 8월 사이 경북 포항시 해병대 부대 생활관과 강원 평창군 전지훈련지 등에서 후임병 B일병을 상대로 상습적인 가혹행위와 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경 조사 결과 A씨는 B일병의 입에 얼음 8개를 한꺼번에 넣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걸그룹 노래의 특정 가사가 나올 때마다 정강이를 때리는 등 엽기적인 방식으로 폭행을 이어왔다. 또한 전지훈련 중에는 B일병의 손발을 로프로 묶은 채 신체 주요 부위를 폭행∙꼬집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이외에도 전투 수영 훈련 도중 B 일병의 머리를 물속에 반복적으로 밀어 넣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고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군대에서 상급자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를 반복적으로 강제추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피고인이 항소심에 와서야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더 이상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