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 천안시장 “직원들에게 주말 잘 보냈냐는 인사도 못하겠다”

휴일 행사 공무원 동원 관행 문제 제기, 중복 축제·행사 통폐합 검토 시사
시민 접촉 기회 줄어들 수 있지만 행정 효율·공무원 근무 여건 개선에 무게
“직원들에게 주말 잘 보냈느냐는 안부 인사도 못하겠습니다.”

 

장기수 충남 천안시장이 최근 간부회의에서 각종 축제와 행사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의 근무 실태를 지적하며 던진 말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30년 넘게 이어진 관료·중앙정치인 중심의 천안시장 선출 공식을 깨고 취임한 장 시장이 이번에는 공무원들의 행사 동원 관행에 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장기수 천안시장이 지난 26일 간부회의에서 중복된 축제·행사은 없는지, 과도한 공무원 의존 휴일 행사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28일 천안시 간부공무원들에 따르면 장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축제 등 행사가 너무 많다. 중복되는 축제는 통합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각종 행사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행사에 공무원들이 너무 많이 동원돼 피로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휴일에도 여러 행사 때문에 쉬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주말을 잘 보냈느냐는 인사조차 건네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축제와 행사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보다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관행적으로 반복하고, 행사 운영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살펴보자는 취지다.

 

이번 발언은 장 시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조직문화 혁신과도 맞닿아 있다.

 

장 시장은 취임 후 첫 타운홀 미팅 상대로 간부가 아닌 7∼9급 저연차 공무원들을 선택했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도 침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당부했다.

 

첫 간부회의와 월례조회에서는 “억울함과 두려움이 없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공직자들의 병풍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불필요한 업무와 형식적인 보고를 줄여 공무원들이 시민과 소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축제·행사 통폐합 검토 발언은 이러한 조직문화 개선 구상을 구체적인 행정 관행의 문제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축제와 행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지만, 행사 규모나 성과와 관계없이 공무원들이 주말마다 현장에 동원되는 구조라면 행정력 낭비와 직원 피로 누적이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장기수 천안시장이 지난 8일 취임 100을 맞아 ‘365 행복천안 비전선포식’을 열고 5대 시정 목표와 10대 전략, 77개 세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특히 읍면동 단위의 각종 축제와 행사는 행사 준비부터 현장 운영, 사후 정리까지 일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민원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 외에 행사 지원까지 떠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사의 실효성을 평가해 유사·중복 사업을 정비하고, 행사 운영 방식과 인력 배치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행사 통폐합 과정에서는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계, 상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공무원 동원을 줄이면서도 행사 안전과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전문인력 활용과 대체인력 확보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장 시장의 발언은 선출직 단체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도 눈길을 끈다.

 

각종 축제와 행사는 시장이 시민들과 직접 만나 인사하고 시정을 알리는 대표적인 소통의 장이다. 특히 선출직 단체장에게는 공식 행사 참석과 축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시민들과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행사 참석이 정치적 인지도와 지지 기반을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중복 축제와 행사의 통폐합을 검토하자는 장 시장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행사 축소가 시장 자신의 시민 접촉 기회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공무원들의 피로와 행정력 낭비 문제를 먼저 제기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노출 기회보다 행정의 효율성과 조직 구성원의 근무 여건에 무게를 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장 시장은 취임 첫날 환경미화원을 찾고 저연차 공무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며 '가장 낮은 곳부터 살피는 시정'을 강조해 왔다. 이번에는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현실을 문제 삼으며 조직 내부의 변화를 주문했다.

 

다만 행사 통폐합이 실제로 추진될지, 행사 축소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이나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