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대항마는 前 참모총장… “안보, 정치 악용 말라” [이 사람@World]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 가디 아이젠코트 장군
총선 직후 네타냐후 겨냥해 “정계 은퇴” 압박
병사에서 출발해 장군 진급한 입지전적 군인
가자 지구 전쟁 도중 아들, 조카 잃는 아픔도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총선거 이후 전 세계의 시선이 야권 지도자 가디 아이젠코트(66) 장군에게 쏠린다. 베냐민 네타냐후(77)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보다는 많은 의석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단독 집권에 필요한 과반 의석(61석 이상)에는 못 미쳤기 때문이다. 아이젠코트가 장군 시절의 리더십을 발휘해 반(反)네타냐후 세력을 규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하겠다.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야당 야샤르당의 지도자 가디 아이젠코트 장군이 전날 의회 총선거 결과에 만족감을 표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야샤르당은 비록 원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으나, 군소 정당들과의 협상을 통해 연정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총선 출구조사 발표 후 아이젠코트는 “이스라엘 국민이 변화를 선택했다”며 “신속하게 새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를 지지하지 않는 군소 정당들과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본격 개시할 뜻을 내비친 셈이다.

 

만약 아이젠코트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고 네타냐후도 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재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다만 아이젠코트는 이번 선거가 80%에 육박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점을 들어 “또 선거를 치르는 것은 잘못일 것”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라엘 선관위는 총선 투표율이 77.7%라고 밝혔는데,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아이젠코트의 ‘재선거 불가’ 발언은 이제껏 3차례에 걸쳐 총 19년간 집권한 네타냐후에 대한 국민적 염증이 얼마나 큰지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은 사실상 변화에 표를 던진 것”이라며 네타냐후를 겨냥해 “합당한 지도자라면 국민의 불신임을 받아들이고 오늘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2018년 당시 가디 아이젠코트 이스라엘 육군 참모총장(오른쪽)이 현역 육군 사병인 아들 메이르 아이젠코트를 격려하고 있다. 메이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이 한창이던 2023년 12월 가자 지구에서 전사했다. 방송 화면 캡처

정치인으로서 경력은 네타냐후보다 훨씬 짧으나 아이젠코트는 이스라엘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육군에서 정예로 꼽히는 보병 부대 ‘골라니 여단’에 병사로 입대한 뒤 장교가 되어 별까지 단 입지전적 군인이다. 2019년 제대한 뒤 존경 받는 장군이자 육군 원로로 남는 대신 네타냐후의 호전적 성향을 비판하며 2022년 정계에 입문했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수많은 민간인을 살해하거나 납치해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 지구로 끌고 가는 충격적인 테러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전쟁을 선포하면서 총리인 네타냐후를 중심으로 여야를 망라한 거국 내각이 출범했다. 그때 실전 경험이 풍부한 아이젠코트도 야당 몫 장관으로 내각에 합류했다.

 

3년 가까운 하마스와의 전쟁 기간 중 아이젠코트는 현역 군인인 아들과 조카가 전사하는 큰 아픔을 겪었다. 이는 무력 분쟁 장기화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의 좌파 및 중도 유권자 상당수가 아이젠코트에게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란 등 이슬람 국가들을 상대로 한 전쟁만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주장하는 네타냐후를 향해 아이젠코트는 “감히 이스라엘의 안보를 당신의 정치적 필요에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해왔다.

 

한편 네타냐후는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했음에도 정권 연장에 대한 자신감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다. 그는 보수 성향의 군소 정당들을 끌어들여 연정을 꾸릴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 “결국 우리가 다수파가 돼 강력한 우파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