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가 약 13시간 만에 진화된 가운데 소방용수 부족과 좁은 진입로, 불에 잘 타는 가건물이 밀집한 주거 환경이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28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51분께 구룡마을 2지구 가건물에서 발생한 불은 1·3·7지구로 번진 끝에 이날 오전 4시 39분께 완전히 꺼졌다.
이번 화재로 30대 여성 1명이 다치고 91가구 127명이 주거지 피해를 봤다.
주민들은 소화기가 비치돼 있어도 급속히 번지는 불길에 손을 쓰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강일 구룡마을 토지주민협의회장은 마을 곳곳에 소화기가 있었다면서도 "다들 피하기 바쁘지.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아프거나 나이 많은 사람인데 그거 들고 덤빌 수 있나"라고 말했다.
합판과 비닐, 스티로폼 등 불에 잘 타는 자재로 지어진 가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도 불길을 더 빠르게 번지게 했다.
골목이 좁아 소방차가 안쪽까지 진입하기 어렵고, 추위를 막으려고 지붕 위에 덮어둔 '떡솜'(보온용 솜)도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됐다.
이 회장은 "원래 먼지가 엄청나게 쌓여 있고 스파크나 누전이 일상인 곳"이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불이 나는데 이번에 크게 난 것"이라고 했다.
구룡마을에서는 과거에도 큰불이 반복됐다.
2014년 11월 화재로 주민 1명이 숨졌고, 2023년 1월에는 주택 60채가 불에 타 주민 약 500명이 대피했다. 올해 1월에도 큰불로 129가구 181명이 거처를 잃었다.
이번에는 강한 바람까지 겹쳐 진화에 어려움을 더했다.
기상청 관측자료를 보면 전날 오후 5시 51분 구룡마을 인근인 강남구 일원동에서 순간풍속 초속 9.3m의 북서풍이 관측됐다. 화재 발생 직후인 오후 3시 50분 이 지점의 습도는 25%로 낮은 수준이었다.
불길은 인근 구룡산 일부로도 옮겨붙어 소방 당국은 주거지와 산림의 불을 함께 꺼야 했다.
불길이 확산한 배경과 별개로 이번 화재의 발화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방화 가능성에 관해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재개발을 노린 방화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조사 결과 주민의 실수에 따른 실화로 확인되거나 전기적 요인이 원인으로 추정된 사례가 있었다.
마을 내에는 폐쇄회로(CC)TV도 몇 개 되지 않아 영상으로 발화 지점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강남구에 따르면 마을 초입에서 약 120m 떨어진 한 곳에 CCTV 4대가 여러 방향을 향해 설치돼 있다.
구 관계자는 "연기 등을 통해 화재 발생 사실을 인지할 수는 있지만, 불씨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구체적으로 식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1월 화재 때도 CCTV로 발화 지점을 식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강남소방서는 이날 작업이 화재 원인 규명보다는 향후 조사를 위한 구획 설정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범위를 7가구 안팎으로 좁혀 조사 중이며, 오는 30일 오전 10시 2차 조사를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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