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나는 한국 사람들이 불편함을 참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그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기로 하겠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 있었다. 그런데 건물 입구에 비닐우산 커버가 준비되어 있었고, 어떤 곳에는 우산의 물을 털어낼 수 있는 장비까지 있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바닥이 젖어 더러워지고 사람들이 미끄러지는 불편함과 다른 사람에게 물이 튀는 문제까지 미리 생각한 것이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한국의 편의점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기숙사 룸메이트가 새벽에 배가 고프다며 편의점에 가자고 했다. 편의점에 들어가 보니 물건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와 온수 등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자리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거의 모든 편의점에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편의점에 ‘없는 것이 없는 것’도 신기했다. 급하게 필요한 생활용품부터 간단한 의약외품까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나에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편의점의 택배 서비스였다. 중고 거래를 하면서 ‘반값 택배’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반값 택배 가능하세요?”라고 물었다.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고서야 편의점에서 편의점으로 물건을 보내는 서비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말 신기했다.
건널목 앞에 설치된 큰 박쥐우산이나 버스정류장 난방 의자도 그렇다. 이 시설은 뜨거운 여름이나 비가 오는 날 잠시 몸을 피할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된다. 겨울에는 버스정류장의 따뜻한 의자가 추위를 견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용객이 많은 정류장에는 냉난방 시설과 휴대전화 충전이 가능한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나처럼 에어컨을 강하게 틀면 추위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여름철 지하철의 냉방도 때로는 불편하다. 그런데 냉방이 상대적으로 약한 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런 것까지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앙카라도 겨울이 추운 도시지만, 한국에서 처음 사용해 본 것 중 하나가 핫팩이었다. 손에 쥐는 핫팩뿐만 아니라 옷이나 발바닥에 붙이는 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추위를 견디는 것조차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 주려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한국에서 신기하다고 느꼈던 것은 거창한 기술이나 특별한 발명품만이 아니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편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준비된 비닐, 겨울 버스정류장의 따뜻한 의자, 편의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택배와 다양한 생활 서비스처럼 아주 작고 평범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작은 것들이 사람들의 하루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8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처음의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됐다. 어쩌면 한국 사회는 불편함을 그냥 참고 견디기보다 “어떻게 하면 이것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 온 사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가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수많은 서비스와 시설로 나타난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발견한 것은 ‘불편함을 참지 않는 문화’가 아니라, 어쩌면 나의 불편함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편함까지 줄이려는 생활 속의 작은 배려라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튀르키예도 한국의 이런 배려와 문화를 빨리 받아들여 모든 사람을 좀 더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