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 미라화된 시신 유기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80대 건물주가 “시신이 아닌 인형인 줄 알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하지만 시신을 직접 비닐과 신문으로 감싸 버린 60대 남성은 “시신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하는 등 일부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해당 시신이 유기되기 전 한 원룸에 오래 방치된 흔적과 세입자 관리 부실 등이 확인되면서 ‘고립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전날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씨와 사체유기교사 혐의를 받는 80대 남성 B씨를 상대로 1차 피의자 신문을 진행한 뒤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사건과 관련된 구로구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주이며, A씨는 과거 해당 건물에 거주했던 세입자로 파악됐다. A씨는 B씨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에도 일을 도와주는 등 가까운 사이인 두 사람은 모두 무직 상태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A씨에게 물건을 버리라고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시신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해당 건물에 인형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어 평소 자신을 도와주던 A씨에게 버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반면 A씨는 “당시 사람의 시신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B씨 지시에 따라 홀로 시신을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시신을 유기하기 전 직접 비닐과 신문으로 감싼 사실도 시인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이 실제 범행 경위와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시신의 신원이 특정되면서 변사자의 행적과 사망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시신에서 외관상 뚜렷한 타살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부검감정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다만 시신의 부패 등으로 인해 사인 및 사망 일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구두 소견을 받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고립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씨가 시신과 함께 버린 장판에서 시신에서 흘러나온 체액이 눌어붙은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집주인 B씨가 계약서를 쓰지 않고 세입자를 받는 등 평소 세입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이러한 의심에 힘을 싣는다. 경찰은 현재 고립사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후 부검 결과와 추가 조사 내용을 토대로 두 사람에 대한 추가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지난 22일 오후 인근 주민들이 쓰레기를 배출하는 곳에 유기된 시신은 전날 오전 11시쯤 구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에 의해 발견됐다. 닷새간 쓰레기장에 방치된 셈이다. 발견 당시 시신은 일부 부패와 건조가 진행된 상태로 경찰은 사망한 지 한 달 이상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 환경미화원들이 해당 장소를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시신이 담긴 물체에는 별도의 폐기물 배출 표시가 없었으며, 담당 폐기물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수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정확한 미수거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환경미화원의 신고 접수 이후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과 탐문 수사 등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이어 신고 약 5시간 만인 27일 오후 4시쯤 두 사람을 각각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