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해킹 사고가 터진다. 대신증권은 고객 3만8490명의 계좌번호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어제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도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약 한 달 전 은행에서 시작된 인공지능(AI)발 해킹사태가 증권·자산운용·가상자산까지 번져가는 양상이다. 그런데 금융권을 노린 해킹 시도에 440만건 이상의 북한 인터넷주소(IP) 대역의 접근이 처음 탐지됐다고 한다. IP 국적은 우회나 조작일 가능성이 있다 해도 북한 해커조직의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의 방어망에 큰 구멍이 뚫린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과거 전문해커의 영역이었던 사이버 공격은 이제 누구라도 AI 도움을 받아 쉽게 보안망을 뚫을 정도로 문턱이 낮아졌다. 북한해킹 조직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가상화폐 탈취로 악명이 높다. 최근 정찰총국 소속의 라자루스·김수키·안다리엘 등 3대 조직은 과거 다단계 침투 구조와 위장 수법 등에 더해 AI 기법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TRM랩스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 세계 가상화폐 해킹 피해액의 무려 66%에 달하는 6억4300만달러(약 9899억원)를 탈취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도 2019년과 지난해 각각 약 580억원, 445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해킹당했다. 북한은 해킹 등을 통해 탈취한 가상화폐를 국제 제재를 우회하는 자금줄로 삼아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려왔다.
정부의 대응은 느리고 안일하다. 이달 초 은행 해킹 사건이 터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핵심시스템의 보안체계를 점검하고 보안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어제도 청와대와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고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170여곳에 대해 보안점검에 착수했다. 언제까지 사후약방문, 뒷북 대응만 반복할 건지 답답한 노릇이다.
시스템의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AI 해킹과 북한의 사이버 공세를 개별기업과 기관이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는 학계·산업계와 함께 AI 시대에 대응한 국가 사이버 전략을 새로 짜고 북한의 공세에 빈틈없는 방어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 금융·국방·민간 등 칸막이 형태의 방어체계를 선제적 점검과 보호조치까지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게 급선무다. 사이버 공격이 무차별·동시다발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도 경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