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에 600억원대 과징금… 3년 만에 칼 빼든 한국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앱스토어 내부 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세계 각국의 빅테크 규제 강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논란과 통상 마찰 우려로 제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해외에서 유사한 행위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내 법 집행 부담이 줄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수수료 정책 변경과 과징금 징수까지는 법적 다툼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28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인앱결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웹툰, 구독 서비스 등을 구매할 때 구글·애플의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각각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앱 개발사에 자체 결제시스템 이용을 요구하고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받아왔다. 개발사가 다른 결제수단을 이용하거나 이용자를 외부 결제 페이지로 안내하는 것도 제한했다. 이에 앱 유통과 결제방식까지 통제하면서 과도한 ‘통행세’를 거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디지털주권회복 시민위원회 등 26개 게임업계·학계·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 등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 이를 규제하기 위해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도입했지만 결제 관행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당 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거나 부당하게 앱 심사를 지연·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구글과 애플의 결제 독점 관행을 깨기 위한 조치였는데, 이후 이들이 제3자 결제방식을 도입하고 매긴 수수료율은 인앱결제 수수료율(30%)보다 4%포인트 낮은 26% 수준에 그쳤다. 개발사가 별도 결제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인앱결제와 큰 차이가 없다.

 

두 회사는 결제방식을 선택할 때도 불리한 조건을 적용했다. 구글은 결제수단별 가격 표시를 제한했고, 애플은 제3자 결제를 이용하려는 개발사에 별도의 앱 제출을 요구했다. 방미통위는 이런 조건이 개발사들이 자사 결제시스템을 선택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국내 개발사에만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해 해외 개발사보다 불리하게 대우한 사실도 확인됐다.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는 더뎠다. 정부는 2023년에야 법 위반행위를 판단했고, 3년이 지나도록 제재를 정하지 못했다. 위원회 내부 문제뿐만 아니라 지난해 불거진 한·미 관세협상 이후 미국 기업을 제재하는 데 대한 통상 마찰 우려도 부담이었다. 방미통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의 빅테크 규제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사이 해외에서는 앱마켓 결제 관행을 겨냥한 규제가 확대됐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에서 외부의 저렴한 결제수단을 안내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에 18억유로가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에는 애플에 5억유로, 올해 7월에는 구글에 4억3000만유로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앱 개발사가 이용자를 외부 결제로 유도하는 행위를 제한한 것이 핵심 제재 사유다. 미국에서도 앱마켓 운영 관행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졌다.

 

이번 제재의 핵심은 개발사와 소비자의 결제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 방미통위는 제3자 결제뿐 아니라 앱에서 외부 링크를 통해 다른 결제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라고 명령했다. 제3자 결제 수수료와 불합리한 이용 조건도 개선 대상이다. 구글과 애플은 시정명령을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3개월 이내 개선을 완료해야 한다.

 

국내 게임업계와 시민단체들은 과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 해외에서 외부 결제 안내가 허용되고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국내에서는 기존 정책이 유지되면 한국 개발사와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기 게임산업정상화캠페인위원회 위원장은 “과징금만 부과하고 끝내면 안 된다”며 “잘못된 시장 구조를 바로잡고 개발사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자체적인 정책 변경도 변수다. 구글은 지난 3월 외부 결제 허용과 서비스 수수료 인하 등을 담은 글로벌 정책 개편안을 발표하고 국내에는 12월3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도 앱마켓 거래환경 개선 방향을 방미통위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방미통위는 구글의 개편안이 국내에서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과징금 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

 

두 회사가 방미통위 제재를 그대로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구글과 애플은 그동안 국내법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윤구 구글코리아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앱 개발자의 97%가 현재 수수료를 전혀 안 내고 있다”며 “나머지 3% 중에서도 99%는 15% 이하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수수료가 미국보다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만 해당한다”고 답했다. 두 회사가 과징금과 시정명령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실제 제재 이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