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참사’ 구조 시민·상인 10명 중 3명 피해자로 인정 못 받아

부상자 명단 포함 안된 신규 피해자, 30.2% 인정 못받아
피해 인정까지 세 차례 자료 보완하기도
전문가 “시간 흘러 기록 사라졌는데 이제 와서 입증 요구…적극적인 피해자 발굴 필요”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거나 인근에서 영업 활동을 하다가 뒤늦게 정부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사람 10명 중 3명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피해 증명이 쉽지는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국화가 놓여 있다. 뉴시스

 

2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이태원 참사 관련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정부에 ‘피해자 인정’을 신청한 신규 피해자는 모두 560명이다. 이 중 391명(69.8%)이 승인됐지만 나머지 169명(30.2%)은 인정받지 못했다. 

 

신규 피해자란 정부가 참사 직후 파악한 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참사로 인해 정신적·경제적 등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다. 참사 당시 인근에서 일하던 상인이나 구조·수습에 참여한 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정부가 참사 당시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한 피해자는 총 292명이다. 이 중 229명이 ‘피해자 인정’을 신청했고 이들은 모두 승인됐다. 나머지 63명은 신청하지 않았고 행정안전부는 이들을 상대로 ‘피해자 인정’ 신청 제도를 안내한 상태다.

 

이태원참사 관련 ‘피해자 인정’ 신청 대상은 △참사 당시 긴급구조 및 수습에 참여한 사람(직무로서 구조 및 수습에 참여한 공무원은 제외) △참사 당시 해당 구역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근로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 △그 밖에 참사로 인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어 회복이 필요한 사람 등이다.

 

◆ 참사 당시 인근 상인·구조 참여자 등 피해 입증에 어려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추모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당초 정부의 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피해자가 참사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피해 사실을 소명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신규 피해자 중 상당수는 증빙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시민단체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이하 호박랜턴)’의 10.29 이태원참사 3주기 생존자 인터뷰 ‘누군가의 생존법’에 따르면 참사 당일 사고 골목에 끼어 있다가 클럽 직원에게 구조돼 안으로 대피했던 A씨는 세 번의 보완 끝에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신청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로 인한 피해’라는 문구가 참사 직후 받은 의사 소견서에 있어야만 인정된다”거나 “제출한 현장 사진과 셀카로 현장 피해자 입증 불가”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현장에서 구조를 도왔던 B씨도 수차례 자료 보완을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피해자 인정을 받으려면 자동으로 지원금을 주는 줄 알았는데 지원금 신청을 또 따로 해야 됐다”면서 “그런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이 좀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특정 의사 소견서가 없다고 해서 기각하는 것은 아니고 정황을 종합적으로 봐서 인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면서 “실제로는 상담만 받았거나 아니면 그렇지 않더라도 정황이 인정되면 피해자로 인정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런 증빙 자료 없이 진행할 수는 없는 문제기에 최소한의 증빙 자료를 토대로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대한 인정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피해 인정 신청 포기 사례도…“적극적인 피해자 발굴 필요”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박랜턴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를 열고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 314명 가운데 302명(96.2%)은 ‘피해자 인정’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 중 167명(55.3%)은 신청을 고민 중이거나 포기했으며, 130명(43.0%)은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호박랜턴 측은 “얼마 전에 연락한 피해생존자는 신청 절차를 아예 밟지 않고 포기한 상태였다”며 “실태조사에서 90% 이상이 피해자임에도 미신청 상태였는데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 절차의 간소화, 입증 책임 부담 완화 등의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이건 피해자들이 제도에 진입한 이후에나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현재 피해자들이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참사 발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조인영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내가 그 당시 현장에 있었다’라는 걸 입증해야 되는데, 당시 현장에서 통신 문제가 있었고 관련 기록들도 이미 너무 시간이 지나버려서 사라졌다”며 “사실 이런 작업을 1년 안에 했어야 되는데 그때는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입증하라고 하면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입증이 어렵다”고 짚었다.

 

피해자가 직접 신청을 해야 구제받을 수 있는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 변호사는 “재난 참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한 상황에서 그들의 신청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사자를 지원할 의지가 많이 없는 것”이라면서 “직접 한 명 한 명 연락하고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주민센터나 아니면 행안부에서 직권으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