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내 정보를 유출했는데, 왜 뒷수습은 전부 내 몫이지?”
30대 직장인 이모씨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으며 느낀 불만이다. 이씨는 “가입한 사이트 언제 일일이 찾아 들어가서 비밀번호 바꾸고 탈퇴하나”라며 “어차피 털린 정보 그냥 살자 마음 먹었지만 짜증은 난다”라고 말했다. 유출 안내를 받은 뒤 대응 방법을 찾아 각종 보호 조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화가 났다는 것이다.
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정보가 이미 유출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유출된 정보의 효용성을 낮추는 게 좋다”라고 답했다.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 먼저 확인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노출됐다면 이를 변경하거나 해당 사이트에서 탈퇴하라는 설명이다. “전화번호 등이 유출됐다면 금융기관을 사칭한 문자나 전화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복되는 유출 소식에 체념하는 반응도 있다. 40대 직장인은 개인정보 유출 소식을 접하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한두번이냐”, “어차피 공공재”라고 답했다. 그는 “난 어차피 아는 번호만 받는다”며 “내가 받아야 할 번호는 다 따로 저장해뒀다”라고 했다. 이 외에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출처가 불분명한 연락에 주의하라는 개인정보위의 권고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문제는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됐을 때다.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사이트를 찾아 변경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계정을 탈퇴해야 하지만, 가입한 사이트가 많을수록 이를 일일이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한꺼번에 변경해 주는 공공서비스도 없다.
그나마 회원 탈퇴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개인정보위는 추가 질의에 개인정보 포털(privacy.go.kr)의 ‘웹사이트 회원탈퇴’ 서비스를 안내했다. 여러 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고 한곳에서 탈퇴를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개인정보 포털에서 본인인증을 거치면 과거 본인확인을 진행한 웹사이트 목록이 나타난다. 이 가운데 탈퇴 가능한 사이트를 선택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탈퇴 신청을 대행한다. 가입 당시 사용한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지원 대상 사이트라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사이트가 대상은 아니다. 실제 서비스를 이용해 조회한 한 사례에서는 회원탈퇴 신청이 불가능한 사이트가 가능한 사이트보다 많았다. 조회 화면에는 ‘접속불가 웹사이트’, ‘민원 직접 처리 요구 웹사이트’ 등 신청이 어려운 사유가 표시됐다.
조회할 수 있는 본인인증 내역도 제한돼 있다. 휴대전화 인증은 최근 1년, 신용카드는 2년, 주민등록번호·아이핀은 5년까지다. 본인확인 없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가입한 사이트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대로 실제 회원가입은 하지 않고 본인인증만 진행한 사이트가 목록에 나타날 수도 있다.
탈퇴 신청이 곧바로 계정 삭제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개인정보 포털은 실제 회원탈퇴 처리까지 일정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특정 온라인 쇼핑사이트 등에서 빠른 탈퇴를 원한다면 해당 사이트에서 직접 신청하는 편이 낫다고 안내한다.
자신의 계정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정보위와 KISA가 운영하는 ‘털린 내 정보 찾기’(kidc.eprivacy.go.kr)는 아이디·비밀번호 조합이나 이메일 주소의 유출 이력을 무료로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유출 이력이 확인됐다면 해당 계정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다른 계정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서비스로 모든 개인정보의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나 전화번호, 주소 등은 조회 대상이 아니며 유출 이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개인정보가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미 유출된 정보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모두 확인하거나 회수하기도 어렵다. 소비자는 기업이 보유한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열람이나 삭제를 요구할 수 있지만, 기업이 정보를 삭제한다고 해서 외부로 유출된 정보까지 회수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위는 “실제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등 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정 신청만으로 손해배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배상 여부는 피해 내용과 법적 요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