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들이 녹색 바지를 입고 하얀색 장화를 신고 있다. 일 년 내내 그런 건 아니고 이맘때만 그렇다. 떨어지는 은행들은 장화 속으로 쏘옥~ 들어간다. 하지만 비바람이 친 이날은 은행들이 유독 바닥에 나뒹군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을 피해 사람들은 까치발로 걷거나 조금 둘러가는 수고를 한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은행이지만, 살벌한 냄새와 찝찝한 낙하물을 어찌할까? 그래도 이곳 국회의 은행나무들은 복 받은 나무들이다. 서울에는 꽤 살벌한 경고장을 받은 은행나무들이 많다. 악취와 보행 불편 해소를 위해 “해당 은행나무 가로수는 암나무로 판정되어 수나무로 교체할 예정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단 나무들. 언제 처리(?)될지 모를 운명이다. 해마다 암나무는 사라지고 수나무만 남을 것인가? 그래도 여기, 운명에 맞서는 은행나무들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