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는 것도 참았는데…” 문경에 들녘화장실이 생긴 이유는? [이슈플러스]

문경시, 도내 최다 5곳 확보
농업 복지 사각지대 매꿔
예산 아끼고 규제 풀고

“폭염 속에서도 최대한 물 마시는 걸 참았는데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경북 문경의 과수농가에서 남편과 사과농사를 짓는 68세 여성 농업인 A씨는 바쁜 영농철마다 곤혹스러운 순간을 마주했다. 과수원 한가운데서 작업하다 생리적 신호가 오면 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마을회관이나 집까지 가야 해 물 섭취를 억지로 참는 일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실 문제로 일손을 멈추고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고단한 작업 환경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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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으로는 A씨와 같은 여성과 고령 농업인들의 말 못 할 고충과 한숨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경북 문경시 농작업 현장에 들녘화장실 5곳이 들어선다.

 

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처음 추진하는 들녘화장실 설치 지원사업에 선정돼 현재 농작업 현장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들녘화장실 설치 지원사업은 농업인들이 농작업 중 화장실 이용을 돕고 위생적인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다. 특히 여성농업인과 고령 농업인 이용 편의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농경지 한가운데서 생리적 불편을 겪어 온 고령층과 여성 농업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당연하게 여겨오던 불편사항이 해결되는 셈이다.

 

시는 지난 6월 농식품부의 수요 조사에 맞춰 사업을 신청했다. 농식품부는 한국농어촌희망재단을 통해 화장실 설치 예정지와 주거지 간 거리, 공동으로 이용할 여성농업인 수, 설치 장소의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문경에 설치된 들녘화장실. 문경시 제공

그 결과 경북도 내 선정 대상 11곳 가운데 문경시가 절반에 가까운 5곳을 확보했다. 사업비는 NH투자증권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지원한다. 화장실 한 곳당 설치비 300만원 중 90%인 270만원을 기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0만원은 농가가 부담한다.

 

시는 별도의 시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농업인 영농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농지 내 화장실 설치 절차도 간소화됐다. 올해 8월28일 시행된 농지법 개정에 따라 농지 전용 절차 없이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만으로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그간 농민들이 현장에서 겪어온 말 못 할 고충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게 돼 뜻깊다”며 “농작업 현장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마련되면 영농 여건이 한층 쾌적해지는 것은 물론 농업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