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의 안부가 궁금하면서도 생물다양성엔 왜 관심이 적을까 기후부 출범 후 관련 보도 줄어 커져가는 무관심, 위기 부를 수도
‘동물원들, 실제의 것과 닮은 동물 장난감과 동물 모양을 본뜬 제품의 광범위한 상업적 확산과 같은 것은 모두 동물들이 일상적인 생활에서 떠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러한 새로운 관습들은 보상 심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 그러한 새로운 관습들 그 자체는 동물들을 쫓아내어 버렸던 마찬가지의 가차 없는 움직임에 속해 있는 것이다. … 어디에서나 동물들은 사라지고 있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자신들 스스로의 소멸에 대한 살아 있는 경계표가 되고 있다.’(존 버거 ‘본다는 것의 의미’)
30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7차 당사국총회(COP17)가 끝난다. 열흘 넘게 열린 회의인데, 1994년부터 장장 30년 넘게 이어진 국제적 행사인데 ‘아, 이런 게 있는 줄 이제야 알았네’라고 겸연쩍어할 필요는 없다. 이번 회의 개회 이후 이 칼럼을 쓰고 있는 28일까지 포털 뉴스에 올라온 기사는 30건 남짓이니까. 이날 한 아이돌 출신 연예인의 혼인신고 기사가 세 시간 동안 60건 가까이 쏟아졌으니, 뉴스의 바다에서 CBD 총회 소식을 놓친 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
다만, 궁금해지기는 한다. 부캉이와 늑구의 안부를 묻는 마음이 왜 생물다양성으론 이어지지 않는가. 혹시나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오랜만에 영국 문화비평가 버거의 책을 다시 펼쳤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산업화·도시화는 동물을 ‘구경하고 소비하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인간의 삶에서 동물이 사라지는 과정과 동물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과정은 별개가 아니었다. 동물이 우리의 삶에서 멀어짐으로써, 역설적으로 그들을 보고 즐기게 됐다.
이번 COP17에선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이행 현황을 처음으로 점검했다. GBF는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 면적의 각각 30%를 보호하자’는 국제사회 공동 목표인데, 이번에 각국이 목표 달성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일종의 ‘숙제 검사’인 셈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사전에 목표 이행 실적과 자체 평가를 담은 ‘제7차 국가보고서’를 CBD에 제출했다. 우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스스로 내린 평가는 생각보다 후하다. 2024년 기준 국내 보전지역 비율은 육상 17.8%, 해양 1.84%로, 30%라는 목표와 한참 거리가 있는데도 ‘목표 달성 순조롭게 진행 중(On track to achieve target)’이라 자평했다. 관계자에 이유를 물으니 “아직 2030년까지 시간이 남았고, 로드맵도 만들어 추진 중이니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프레임워크를 체결한 2022년보다 보호면적 비율은 육상 0.5%포인트, 해양 0.04%포인트 늘었을 뿐인데 어떤 복안인지 모르겠다.
환경부가 기후부로 확대 개편된 뒤 생물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메말라 가는 중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에서 부처명과 생물 혹은 생태가 들어간 기사를 검색하면 2020∼2024년엔 매년 6200건 안팎의 보도가 있었다. 적은 해는 5786건, 많은 해엔 6763건으로 연도별 편차가 크지 않다. 그런데 기후부로 바뀐 뒤 열두 달간 같은 검색어의 기사는 3184건으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보도량 못잖게 내용도 빈한해졌다. 예전엔 멸종위기, 자연환경, 서식지 같은 단어가 연관어 상위권을 차지했다면, 최근 1년 보도에선 최우수상, 업무협약, 지자체나 기관명이 포진해 있다. 3000여건 중 상당수는 홍보성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것일 가능성이 크단 뜻이다.
동물로 초점을 옮겨봐도 우리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다. 최근 1년간 ‘야생동물’이 들어간 기사는 4679건이었던 데 비해 ‘반려동물’ 기사는 1만7308건으로 훨씬 많았다.
지난 7일 발표된 세계자연기금의 ‘2026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1970∼2022년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평균 73% 감소했다. 멸종위기 시대다. 그와 함께 멸종위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멸종위기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