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행동… 욕망과 본능을 해부하다

멍키럽/로버트 M 새폴스키/김희정 옮김/문학동네/1만9000원

 

누군가의 사과를 받아들였는데도 화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남을 돕는 데는 인색하면서도 배신자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손해를 감수한다. 젊을 때 즐겨 듣던 음악에는 오래 애착을 느끼지만 나이 들어 접한 음악에는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는다. 이처럼 종잡기 어려운 인간의 행동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행동과학자인 로버트 M 새폴스키는 신간 ‘멍키럽’에서 인간의 복잡한 행동을 들여다본다. 전작 ‘행동’과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에서 행동의 생물학적 토대와 자유의지를 탐구한 저자가 이번에는 유전자와 뇌, 호르몬, 사회와 문화를 넘나드는 18편의 글을 묶었다.

로버트 M 새폴스키/김희정 옮김/문학동네/1만9000원

분노는 머리로만 통제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상대를 용서했다고 생각해도 심장은 빠르게 뛰고 몸은 여전히 흥분 상태에 머문다. 뇌는 이렇게 몸이 보내는 신호를 다시 감정의 근거로 해석한다. 저자는 만성 스트레스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서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뇌 영역인 해마가 상대적으로 작게 관찰된다는 연구도 소개한다.



복수심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남을 돕는 데 돈을 쓰기보다 배신자를 처벌하는 데 기꺼이 지갑을 연다. 개인에게는 손해인 이런 행동이 집단의 협력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예상 밖의 선택이 나타난다. 힘센 수컷이 짝짓기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개코원숭이 암컷은 덩치 큰 수컷보다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맺고 새끼를 보호해준 ‘친절한 수컷’을 선택하기도 한다. 짝을 고르는 과정에서 힘뿐 아니라 관계와 경험도 작용하는 셈이다.

유전자와 환경의 관계도 살펴본다. 유전적으로 느긋한 성향을 타고났다고 여겨지는 쥐도 태아기부터 성장기까지 소심한 어미의 영향을 받으면 소심한 행동을 보였다. 타고난 성향이 같더라도 성장 환경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유전적 특성과 함께 살아온 환경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취향에도 생물학과 경험의 흔적이 남는다는 점이다. 저자가 라디오 방송국 40여 곳에 문의한 결과, 특정 음악 장르가 처음 유행할 당시 35세가 넘었던 사람들은 이후 그 음악을 자주 듣지 않을 확률이 95% 이상이었다. 미국 중서부 초밥집 50여 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초밥이 처음 소개된 시기의 나이와 음식 선호 사이에 연관성이 나타났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왔고, 그렇게 형성된 환경은 다시 다음 세대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영역에서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라 그저 취약성과 가능성을 담고 있을 뿐이다”라며 “이 선천적 요인들과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