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과 인접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풀기로 하면서 7만6700호 규모의 신규택지 공급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9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가격이 안정될지 주목된다. 착공과 입주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당장 집값 안정화는 어렵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무주택자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토지보상과 주민 협의 등 공급 지연 변수가 있는 만큼 중단기 공급 및 전?월세 안정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도권 신규택지 6곳(총 7만6700호)은 모두 서울 경계에서 약 5㎞ 이내에 위치해 서울의 주택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입지로 평가된다.
이번 신규택지는 서울과 인접한 그린벨트를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개발제한구역 내 지정한 후보지는 대부분 훼손된 지역이 많이 있다”며 “일부 1·2등급지도 포함이 돼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6개 후보지 모두 서울 접근성이 좋은 요충지에 있다. 가장 많은 3만7000호가 들어설 ‘김포아라’ 지구는 강서구와 인접한 한강변에 위치하며, 지난 3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과 연계해 개발된다. 당초 ‘구리 E커머스 신성장 첨단도시 조성사업’이 추진됐지만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간 보류된 ‘구리건원’ 지구는 공공주택지구 개발로 전환된다. ‘하남미사 K컬처’ 지구는 인근 지하철 5호선과 추진 중인 3·9호선 연장사업을 연계해 문화거점으로 개발될 계획이다. ‘하남감일2’ 지구는 기존 감일지구와 통합생활권을 조성하고 서하남IC 개선 등 교통난 해소방안도 검토된다. ‘고양대곡 지식융합 확장’ 지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와 지하철 3호선 등 5개 철도노선이 지나는 대곡역 남측 부지를 기존 지구에 추가해 통합역세권으로 조성한다. ‘의정부다락원’ 지구는 주한미군 반환공여지인 캠프잭슨이 포함된 부지로, 지하철 1·7호선 환승역인 도봉산역과 가깝다.
관건은 공급계획이 정부 목표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냐다. 신규택지는 지구 지정과 토지보상, 기반시설 조성, 주택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부는 기존 68개월 이상 걸리던 행정절차를 최단 37개월로 단축해 2030년 내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이르면 2033년 최초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부동산대학원)는 “총괄적으로는 입지 선정은 아주 좋다”고 평가하면서 가급적 고밀도 개발을 통해 공급 물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하남 감일·미사 등 신규택지는 서울 송파·강동 생활권과 맞닿아 있고 주택 대기수요도 풍부한 만큼, 계획대로 입주가 이뤄진다면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공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0만4000호가 당장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아니다”라며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나 전·월세 가격을 즉각 안정시키기보다는 중장기 공급 부족 우려와 기대심리를 완화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내놓은 7만6700호 중 2030년까지 실제 착공할 물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짓기는 뚝딱 나오는 즉석떡볶이가 아니다”라며 “공급 속도는 보상 못지않게 이주대책이 중요하다. 보상과 이주를 동시에 진행해야 속도가 난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지방정부와 최대한 협력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신규택지 공급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7∼10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중단기 공급대책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의 신뢰도 강조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부동산 빅데이터 연구원은 “2030년 내 착공 목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정책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