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중국 단둥 방문에 대해 “북·미 대화와 관련한 북한의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항미원조 기념과 신압록강대교 시찰 외에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외교 행보였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국정원은 29일 서울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지난 24일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수행 인원의 면모가 항미원조 기념이라는 방문 명분과 괴리된다”며 “군부 주요 인사가 일절 포함되지 않은 반면 최선희 외무상, 김성남 당 국제부장 등 외교 간부 위주로 방문단이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왕이 외교부장 등 외교라인이 주로 참석했다. 최 외무상이 서열이 앞서는 조용원보다 먼저 행사를 진행하고 왕이와 대화한 점, 중국 측 영접 인사가 리창 국무원 총리에서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으로 바뀐 점도 근거로 들었다.
국정원은 “중국이 김정은의 입장을 미국에 부드럽게 전달할 수는 있으나 적극적으로 중재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에 대해서는 “대화 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로 접점을 이루지 못했지만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전후 국면 전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보고했다. 유 의원은 “국정원도 근거를 갖고 말한 게 아니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러 관계에 대해서는 “고위급 소통 정례화와 신조약 후속 조치 등 전방위 협력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확보와 600㎜ 초대형 방사포의 전방 배치 가능성, 동·서해안 해군기지 신설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대해서는 “후계자 내정 단계를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며 공개활동의 약 60%가 군사 분야에 집중돼 “군 지도자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윤석열정부 당시 특별 태스크포스(TF)가 2024년 총선 전 정부 비판 발언을 정리해 대통령실 김태효·이시원 등에게 보고한 사실을 특별감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 내용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발언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에도 조태용 전 국정원장 등의 지시로 직원 10여명이 계엄 관련 보고서 작성과 파견 후보자 선정에 동원된 것으로 파악했다. 국정원은 위법행위가 확인된 전직 차장을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