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 현안의 최고위급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내년 초로 연기됐다. 매년 11월 개최되던 회의가 해를 넘기는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지난 28일 필리핀 세부에서 만난 양국 국방부 장관은 올해 12월 워싱턴에서 별도 회담을 한 뒤 내년 초 SCM을 열기로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와 조건 등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내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정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양국의 입장 차이는 회담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9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공동성명에 담겼던 전작권 전환 ‘가속화’라는 표현이 이번 회담 자료에서는 빠지고 ‘적기’ 전환이라는 원론적 표현으로 대체됐다. 전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시점과 조건을 놓고 양국의 간극이 여전하다는 해석을 낳는다. 핵심 안보 현안을 다루는 정례 협의가 미뤄졌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작권을) 반드시 조기에 환수해야 한다”며 한국군의 독자 방위 역량을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전환 조건 충족’을 우선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7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자전이 한반도에서 벌어질 경우 한국군이 “48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폴 라캐머라 전 사령관은 한국군의 전작권 인수 준비 여부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월터 샤프 전 사령관도 외신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을 두고 “동맹을 크게 축소하는 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발언을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연합방위태세와 한국군 작전 수행 능력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 태평양사령부 방문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것도 우려를 키운다. 비자 거부와 SCM 연기가 직접 연결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러나 양국 간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동맹의 균열로 비칠 수 있다. 여기에 여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이 한·미동맹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통령 국방정책특보인 김병주 의원이 “독자적인 전작권 행사를 선언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동맹에 대한 공개적 압박과 불신 조장은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군사적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동맹 가치를 경시하지 않는 균형 잡힌 소통 전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