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살던 중국 국적 불법체류자”…구로 주택가 시신 신원 밝혀져

서울 구로구 주택가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미라화 시신의 신원이 중국 국적의 남성 불법체류자로 확인됐다. 해당 남성은 80대 건물주 김모씨 소유의 다세대주택에서 아내와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27일 오전 구로구 구로동 주택가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을 중국 국적 남성 A씨로 특정했다.

서울 구로경찰서. 뉴시스

A씨는 이번 사건에서 시신 유기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80대 건물주 김모씨 소유의 다세대주택에서 아내와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아내가 남편의 사망 사실을 신고할 경우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도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고시원과 비슷한 구조로 여러 세입자가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주 김씨는 별도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세입자를 받는 등 건물을 허술하게 관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는 시신이 발견된 원룸을 누구에게도 내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씨의 실제 거주 기간과 사망 시점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날 부검을 진행했으나 시신의 부패와 건조가 심해 사망 원인과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구두 소견을 전달했다. 현재까지 외관상 뚜렷한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건물주 김씨는 A씨의 시신을 발견한 뒤 평소 자신을 따르던 60대 김모씨에게 쓰레기장에 버리도록 지시한 혐의(시체유기교사)를 받는다. 60대 김씨는 지난 22일 시신을 비닐과 신문지로 감싸 인근 쓰레기장에 유기한 혐의(시체유기)를 받고 있다. 시신은 닷새간 방치됐다가 27일 오전 11시쯤 구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됐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버린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당시 시신임을 인지했는지를 두고 엇갈린 진술을 내놨다. 건물주 김씨는 인형처럼 보이는 물건을 버리도록 지시했을 뿐 사람의 시신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반면 60대 김씨는 시신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건물주의 지시에 따라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 김지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법원에 출석한 건물주 김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60대 김씨는 ‘시신인 것을 알고 유기했느냐’는 질문에 “인형인 줄 알았다”고 답했다. 이어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예”라고 했으며, 시신 유기 혐의를 인정하는지 재차 묻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생전 행적과 아내의 소재,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는 한편 건물주 등이 사망 사실을 언제부터 인지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