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배달용 헬멧을 쓴 라이더 10여명이 국회 정문을 등지고 섰다.
이들은 ‘라이더 생계 위협! 식당 매출 위기! 골목상권 붕괴!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손에 든 피켓에는 ‘배달비 삭감으로 배달 생태계 붕괴’, ‘벼랑 끝 라이더의 유일한 일자리를 지켜주십시오’, ‘배달비 삭감은 우리 가족 생계 박탈입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한 라이더들의 시위는 청와대 돌담길과 성동구청·성북구청, 성신여대 앞 등을 거쳐 국회 앞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배달앱 수수료 관련 법안이 배달 단가 인하로 이어져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라이더들은 음식점의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정책의 취지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이들은 비용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이 부담을 조정하고, 그 여파가 라이더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음식점이 배달앱에 내는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등 관련 비용을 법으로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면, 플랫폼이 비용 부담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음식점 부담을 덜겠다는 법안이 오히려 배달 현장 노동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던 라이더 A씨는 “우리는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 받는 단가마저 법으로 깎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수익 구조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숫자만으로 규제하려는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이 발의한 ‘배달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같은 당 김남근 의원의 ‘음식배달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관련 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이강일 의원안은 중개·결제수수료와 광고비를 15% 이내로 제한하되 배달비에는 별도의 상·하한을 대통령령으로 설정하는 내용이다. 김남근 의원안은 영세·소규모 입점업체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고, 박정훈 의원안은 배달비를 포함한 관련 비용의 합계를 주문 매출액의 15%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라이더들은 특히 배달비까지 합산해 비용 총액을 제한하는 방식이 배달 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달비를 포함한 총비용이 상한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는다면, 중개수수료 조정만으로는 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다. 결국 플랫폼이 비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를 낮추려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라이더 B씨는 “배달비 자체가 이미 상한을 넘는 구조라면 도대체 어디서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결국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단가부터 낮추려 할 수밖에 없다”며 “배달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만든 탁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라이더들은 배달 단가 하락이 생계 악화에 그치지 않고 배달 서비스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라이더들이 현장을 떠나면 배달 지연 등 서비스 차질이 발생하고, 결국 배달 매출에 의존하는 음식점에도 연쇄적인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들이 거리에서 외치는 ‘라이더도, 식당도, 골목상권도 함께 무너진다’는 구호에는 비용 규제 부작용에 관한 경계심이 담겨 있다. 음식점의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이 다른 누군가의 생계를 희생시키고, 나아가 배달 생태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부각한다.
라이더들에게 법안은 추상적인 수수료 규제가 아니다. 매일 배달을 뛰며 벌어들이는 수입과 가족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계의 문제인 셈이다.
라이더 C씨는 “현장에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법으로 상한을 정하면 그 부담은 결국 라이더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탁상에서 만든 숫자 때문에 누군가의 생계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라이더들은 음식점의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 아래 배달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의 수익 구조와 배달 산업의 작동 방식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법안이 시행되면, 그 여파가 라이더를 넘어 음식점과 배달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들이 생업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