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도서 방어와 전략기동부대 임무를 맡는 해병대가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동안 해병대의 핵심인 1·2사단 전력은 육군 부대보다 열세라는 지적이 제기되어왔다.
해병대는 올해부터 진행될 1·2사단 작전통제권 전환에 맞춰 군정·군령 기능 분리 등의 조직개편과 더불어 전력 증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모양새다.
해병사단은 각 부대별로 드론부대를 편성, 수륙양용플랫폼에 기반한 유·무인 복합 상륙기갑여단으로 개편한다.
서북도서 등을 방어할 전략도서부대는 인공지능(AI) 과학화 기술 등이 도입된다.
이를 위해 해병대는 상륙공격헬기와 해병작전용 무인기, 신형 다연장 체계, 한국형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대부분 국산 무기로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내 방산업계가 개발·양산을 주도할 전망이다.
◆상륙·장거리 타격력 강화 집중
해병대가 방어하고 있는 서북도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변화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기존 야포보다 성능이 향상된 155㎜ 신형 자주포를 개발했다.
북한군은 최근 비무장지대(DMZ) 요새화 작업을 지속하면서 해병대 담당 지역과 마주보고 있는 황해도 개풍군 해안에 구형 122㎜ 자주포를 배치, 대남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신형 240㎜ 방사포 등을 개발해 타격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폭드론을 배치할 조짐도 보인다.
유사시 북한군 공격에 맞설 반격 능력 확보를 위해 서북도서의 해병대도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과 방공능력 등을 갖출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해병대는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해군·해병대 국정감사에서 서북도서 방어와 상륙전 능력 강화 등을 포함한 전력증강계획을 보고했다.
우선 북한 무인기 위협에 맞서 지능형 40㎜ 무인방공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방위사업청에서 2024년 신속시범사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해당 시스템은 2명이 운용하는 교전통제소와 무인화된 40㎜ 무장체계(4∼6대)로 구성된다.
원격 작동 방식을 통해 운용인원을 크게 줄였다. 교전절차·사격통제·탄도계산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국지방공레이더가 표적을 탐지하면, 관련 데이터가 대대통제소로 실시간 전달된다.
대대통제소는 중대통제소로 정보를 보내고, 중대통제소는 통합무장제어시스템으로 각 무장체계를 운용한다.
유효사거리는 4㎞로서 기존 발칸(1.8㎞)보다 훨씬 길다.
발사속도는 분당 600발로서 40㎜ 함포에 쓰였던 자동 송·급탄장치를 개조해서 적용한다.
추적레이더는 5∼10㎞ 거리에서 항공기를 추적할 수 있으며, 6초 이내에 사격이 가능하다.
육군에서 운용중인 30㎜ 차륜형대공포도 해병대에 도입될 예정이다.
해병대는 유사시 북한 황해도 내륙 지역을 타격할 KTSSM과 더불어 30㎜ 차륜형대공포 등에 대한 소요결정을 내년쯤 추진할 계획이다.
신형 상륙돌격장갑차(KAAV-Ⅱ) 확보도 이뤄질 모양새다.
KAAV-Ⅱ는 2018∼2029년 2482억원을 투자해 기존 상륙돌격장갑차를 대체하는 신형 차량을 개발하는 사업을 통해 해병대에 배치될 예정이다.
KAAV-Ⅱ는 기존 차량보다 해상 속도가 시속 7㎞ 빨라졌고, 기관포를 탑재해 공격력을 높였다. 전투중량은 35t으로 기존보다 10여t이 늘어났다.
지난해에 탐색개발이 끝났고, 사업 타당성 조사를 11월까지 진행한 뒤 체계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해서 내년 상반기에 체계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해병대는 KAAV-Ⅱ를 활용한 파생형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지뢰 등 적군이 설치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통로개척용 차량, 적 전차·장갑차를 파괴하는 대전차유도무기 탑재용 차량, 다수의 자폭드론을 탑재한 차량 개발을 추진한다.
올해 시작된 상륙해안통로개설장비 연구개발도 지속된다. 올해는 1억원만 반영됐으나, 내년 예산에는 58억원이 배정됐다.
상륙해안통로개설장비는 2031년까지 594억원을 투입, 상륙작전 시 해안의 연약지반을 극복하고 상륙군의 기동장비와 물자 양륙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의 비치매트를 대체하는 상륙 해안통로개설장비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내년부터 2029년까지 체계개발을 하고, 2030∼2031년에 양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K2 전차와 상륙공격헬기, 서북도서 과학화경계시스템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국방 연구개발(R&D) 과제 제안에 따라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경량화한 상륙무인체계 기술 등도 개발이 추진된다.
해병대의 공중돌격을 지원할 상륙공격헬기 개발은 지난 29일 마무리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2031년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양산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상륙공격헬기 초도양산 예산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국방 연구개발 사업타당성조사를 마쳤는데도, 양산사업 예산을 요구할 때는 별도의 양산 사업타당성조사를 다시 수행해야 했다. 이로 인해 전력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2024년 이후부터는 국방사업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개정, 연구개발 사업타당성조사를 할 때 양산단계 계획까지 함께 포함해서 평가하도록 바뀌었다.
대신 양산 단계 전환 시 최초 사업타당성조사에서 추정한 양산 총사업비와 비교해 큰 변동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심층검토를 하도록 했다.
심층검토는 방위사업청에서 실시하는데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소요된다.
체계개발 종료 후 심층검토를 해야 하므로 시기상으로는 정부의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상륙공격헬기 초도양산비를 포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방위사업청과 해병대는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최소한의 관련 예산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해병대의 훈련 강화를 위한 비용도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반영됐다.
미국·호주가 공동 주관하는 연합상륙훈련인 ‘탈리스만 세이버’ 참가 비용으로 12억3200만원이 책정됐다.
한·미 연합훈련 예산도 올해 34억2400만원에서 48억73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민간 동원선박 임차료 견적가를 고려한 결과다.
해병대의 공수강하기구 도입에도 1억원이 신규 반영됐다.
공수강하기구는 공수훈련 간 항공기 지원 및 날씨에 관계없이 강하훈련이 가능한 장비다. 현재 운용중인 장비는 내구연한이 도래해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다.
◆무인 전력 확충 등도 추진
해병대는 무인 전력 증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국방부도 무인·로봇 전력 비중을 늘리려는 기조에 부응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를 위해 서북도서무인항공기 등의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외에도 해병대는 무인 전력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해병대는 2024년부터 정찰드론, 소형폭탄투하드론, 물자수송드론 등에 대한 전투실험을 진행했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던 것이다.
참호에 숨어있는 적군은 식별·타격하거나 고립된 지역에 있는 아군에 의약품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장거리 정찰 능력 확보를 위해 해병작전용 무인항공기 도입을 추진한다.
서북도서 일대 해병대에 대한 정보지원과 더불어 유사시 한반도에서 상륙작전을 펼칠 해병부대에 중고도 감시정찰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 공군의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를 해병대 요구에 맞게 개량할 예정이다.
수백㎞ 떨어진 지상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중형자폭무인기도 도입 대상 목록에 포함됐다.
로켓탄을 전선 너머로 발사할 무인상륙형 다연장도 해병대가 확보할 장비다. 상륙작전을 통해 해안에 상륙한 직후 내륙으로 진격하려면 고정밀·장거리 타격 능력이 필수다.
기존의 천무 다연장로켓은 무게가 31t에 달해 대형수송함 탑재 등이 어려웠다.
따라서 상륙작전과 지상전에 사용할 수 있는 경량화된 다연장로켓이 요구됐다.
2030년대 개발이 이뤄질 상륙형다연장은 천무의 기술을 토대로 중량을 19t으로 낮췄다. 각종 유도탄을 탑재해 최대 사거리를 약 300㎞까지 늘렸고, 상륙함 갑판에서도 사격이 가능하다.
무인상륙형 다연장은 상륙형다연장을 무인화한 형태다. 무인화 설계를 적용한 덕분에 발사차량 등에 생긴 중량·공간 여유를 로켓탄 탑재량 증대에 활용했다.
230·239·280㎜ 유도로켓을 사용할 수 있다. 중량은 19t이며 항속거리는 450㎞다.
지난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던 고성능 다연장 체계 개발도 해병대가 추진할 과제에 포함됐다.
고성능 다연장 체계는 상륙형다연장과 무인상륙형 다연장에 쓰일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성격을 지닌다.
육군이 주로 사용하는 천무 다연장 로켓처럼 장거리 타격능력을 지니지만, 상륙작전에 사용될 수 있도록 경량화 기술을 적용해 중량을 대폭 낮췄다.
대형수송함 갑판에서 유도탄을 발사해 적군의 해안방어 시도를 제압하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해병대가 해안에 상륙해서 내륙으로 진격하면, 화력 지원을 실시해서 해병대의 지상작전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