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에서 정박 중이던 외국 선박의 선장이 다른 배로 갈아타다 바다에 떨어져 숨진 사고와 관련, 법원이 함께 재판에 넘겨진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판단을 내놨다.
울산지법 형사1단독 배온실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통선 선장 A씨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외국 선박의 1등 항해사 B씨(중국 국적)에게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2024년 5월24일 오전 8시쯤 울산항에 정박해 있던 싱가폴 국적의 6만7000t급 석유제품운반선으로 A씨가 운항하는 14t급 통선이 접선했다. 석유제품운반선의 선장 교대를 위해서였다. 후임 선장을 석유제품운반선에 태워준 뒤 A씨는 석유제품운반선의 선장 업무 인수인계가 끝나길 1시간 정도 기다렸다.
그 사이 바람과 파도는 더 강해졌다. 평균 풍속은 초속 9m, 돌풍은 12.3m, 최대 파고가 2.1m를 기록했다. 닻을 내린 석유제품운반선이 180도 회전할 정도였다. 배가 흔들리고 있었지만 교대를 마친 전임 선장 C씨(인도 국적)가 통선으로 갈아타려고 했다. 그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가방을 멘 채 줄사다리를 타고 통선으로 이동하다 바다에 떨어졌고, 결국 숨졌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사고 당일 기상 상황에 따른 항만통제나 통선운항 통제가 없었고,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은 C씨의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높아진 파도로 통선을 석유제품운반선에 안정적으로 정류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그러한 기상상황에서 선박의 운항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A씨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갑판원을 통해 C씨에게 가방을 벗고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지시했는데, 이를 C씨가 따르지 않고 내려오는 상황을 A씨가 알고 있었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이유가 됐다.
배 부장판사는 “A씨는 C씨가 바다로 추락하거나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 “C씨에게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지시하는 데서 더 나아가 승선 거절을 통보하거나 접현을 중단하는 등 통선으로 승선 시도 자체를 막을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A씨의 과실 외에도 피해자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등에 가방을 멘 상태로 무리하게 하선을 시도한 과실 또한 사고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석유제품운반선의 1등 항해사 B씨도 선장인 C씨에게 구명조끼를 착용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배 부장판사는 “B씨는 C씨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가방을 매지 말것을 권고했지만, C씨가 거부했다”면서 “선장인 C씨의 지휘·감독을 받는 B씨로서는 강제로 C씨의 하선을 제지하거나 구명조끼를 입도록 강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